분양권은 주택인지 아닌지… 전문가들도 헷갈리는 부동산규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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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규제에 시장 혼선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모 씨(43·여)는 요즘 이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는 내년 3월 입주하는 경기 고양시의 아파트 분양권을 갖고 있다. 원래 지금 사는 아파트를 팔고 새 아파트로 들어갈지, 대출을 받아 서울의 다른 아파트로 갈아탈지 고민했다. 하지만 최근 연달아 부동산대책이 발표되면서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졌다. 김 씨는 “당장 내가 다주택자인지 아닌지도 헷갈린다. 일일이 은행, 세무사사무소 등을 찾아가 상담받으려니 엄두가 안 나서 그냥 살던 대로 살아야 하나 싶기까지 하다”고 했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2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지 1년여 만에 정부가 계속 추가 대책을 내놓으면서 가뜩이나 복잡한 주택 규제가 더 꼬이고 있다. 특히 8·27대책, 9·13대책 등 최근 한 달여 사이 규제가 쏟아졌다. 단기간에 너무 많은 내용이 발표되면서 부동산 전문가들도 헷갈린다는 반응이다.

대표적으로 헷갈리는 규제가 아파트 분양권 규제다. 아파트 분양권은 어떤 때는 주택으로 취급되고 다른 경우엔 아닌 것으로 취급된다. 9·13대책에서 국토교통부는 연내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해 청약 접수 때 분양권이나 입주권도 주택으로 간주하겠다고 발표했다. 원래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할 때까지는 분양권이 주택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분양권을 가진 사람이 입주 전에 프리미엄을 얹어 팔아버리면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면서 다음에 또 당첨될 수 있었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도 분양권은 사실상 주택으로 인정된다. 집을 가진 사람이 청약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에서 신규 분양에 당첨돼 중도금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집을 2년 내 처분한다는 약정을 해야 한다. 9·13대책은 1주택자도 원칙적으로 추가 대출을 금지해서다.

하지만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때는 분양권은 주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산정 때도 주택이 아니다.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혜택도 너무 복잡해 헷갈리는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8·2대책 이전에 산 집에 대해서는 2년 이상 보유만 하면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가 비과세(양도가액 9억 원 한도)된다. 하지만 지난해 8월 3일 이후 규제지역에서 취득한 주택은 2년 이상 실제로 거주해야 비과세된다.

양도가액 9억 원이 넘을 때 적용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취득 시점이 아니라 집을 파는 시기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2020년 1월 이후에 집을 파는 1주택자들은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최대 30%까지만 공제받을 수 있다. 그 이전에 집을 팔면 실거주 요건을 못 채워도 기존대로 80%까지 공제받는다. 9·13대책에 따른 변화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도 주택 취득 시기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올해 9월 13일까지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가 취득한 주택(수도권 기준 공시가격 6억 원 이하)은 8년 이상 임대하면 양도세 중과를 받지 않을뿐더러 종부세 합산 대상에서 빼줬다. 하지만 14일 이후 산 집은 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 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 기준도 바뀌었다. 9월 13일까지 산 주택은 전용면적 85m² 이하면 가격에 상관없이 감면받을 수 있지만 14일 이후에 산 주택은 수도권 기준 공시가격 6억 원 이하여야 감면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그때그때 고치는 방식으로 세제 등 규제를 바꿀 경우 정책의 신뢰도만 떨어지고 제대로 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부동산 관련 세제는 복잡해질수록 예외조항이 늘어나 의도치 않게 제도의 허점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정부가 조바심을 내며 자꾸 새 규제를 내놓기보다 처음부터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제도를 설계하고 그 효과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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