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평양-뉴욕 오가며 중재… 靑 “앞으로 석달이 진짜 고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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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뉴욕방문 마치고 27일 귀국

文대통령 유엔 연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3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길을 열어준다면 북한이 평화와 번영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한국은 북한을 그 길로 이끌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文대통령 유엔 연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3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길을 열어준다면 북한이 평화와 번영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한국은 북한을 그 길로 이끌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3박 5일간의 미국 뉴욕 방문을 마치고 27일 귀국하며 사실상 9월 일정을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은 9월 연이은 평양, 뉴욕 방문을 통해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미 비핵화 협상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청와대 내에서도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연내 종전선언과 비핵화 협상의 진척은 남은 3개월이 진짜 관건”이라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28일 연가를 내고 주말까지 경남 양산의 자택에서 휴식을 겸한 ‘양산 구상’에 들어갔다.

사실 9월을 맞는 청와대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는 미국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기약이 없었고,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도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별사절단을 평양으로 보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연달아 만나 두 사람으로부터 “다시 마주 앉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냈다.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코드 맞추기’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위대한 결단”, “강력한 비전과 리더십” 등의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고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문 대통령이 어제 대통령으로서 나에게 아주 친절한 말씀을 해주신 데 감사드리고 싶다. 특히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했는데 말씀이 대단했다”고 화답했다.

박수 치는 北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3차 유엔 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는 동안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운데) 등 북한대표부가 연설을 경청하며 박수 치고 있다. 뉴욕=원대연 기자 
yeon72@dnga.com
박수 치는 北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3차 유엔 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는 동안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운데) 등 북한대표부가 연설을 경청하며 박수 치고 있다. 뉴욕=원대연 기자 yeon72@dnga.com
문 대통령은 2박 3일간의 평양 방문과 뒤이은 3박 5일간의 뉴욕 방문으로 ‘수석 협상가’의 역할을 마쳤지만 실질적인 비핵화 성과를 내기 위한 무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당장 다음 달 예정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북-미가 비핵화 조치와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놓고 이견을 얼마나 좁히느냐가 첫 관건이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도 비핵화 실무 협상에서 북한의 ‘진짜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미 협상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다시 한번 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언제든지 싱가포르로 떠나 중재 역할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했던 것처럼 2차 북-미 정상회담도 마냥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상황에 따라 4월 개통 이후 아직까지 한 번도 울리지 못한 남북 정상 ‘핫라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가동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김정은의 연내 서울 방문을 통해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를 추가적으로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연내 남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종전선언을 위한 대화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개성 연락사무소, 핫라인 등을 통해 남북 간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는 매우 좁혀졌다”며 “북-미 간 신뢰 구축과 실질적 조치 교환이 남은 3개월 동안의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27일 30여 분간 통화를 갖고 남북 및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공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정 장관 취임 후 매티스 장관과 가진 첫 통화다. 정 장관은 통화에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대해 설명했다고 군은 전했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달 우리 측에 통보하지 않은 채 한미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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