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새 아파트 1만5200채… 3년반만에 최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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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후 미분양, 6개월 연속 늘어

주택이 다 지어졌는데도 빈집으로 남아 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6개월 연속 늘어나면서 지난달 전국적으로 1만5000채를 넘어섰다. 2015년 1월 이후 3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반면 서울은 8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가 단 20채에 그쳤고, 25개 자치구 가운데 22개 구에서는 한 채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방은 미분양 주택이 쌓여가고, 서울은 아파트를 분양하는 즉시 매진되는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

○ 3년 반 만에 최고점 찍은 ‘악성’ 미분양

27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8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1만5201채로 7월(1만3889채)보다 9.4% 늘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이미 지어진 주택에 매입자가 나서지 않는 것으로, 건설사 입장에서는 일반 미분양보다 처분하기 어려운 ‘악성 재고’에 해당된다.

아직은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가 2011년(12월 기준 3만881채)이나 2012년(2만8778채) 등 주택 미분양 문제가 사회 문제로까지 거론되던 시기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 흐름이 심상찮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올해 2월 이후 6개월 연속 늘고 있다. 여기에 지방 위주로 집중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준공 후 미분양 10채 중 8채가 수도권(16.5%)이 아닌 지방(83.5%)에 몰려 있는데, 지난달 미분양 주택 증가율 역시 지방(12.7%)이 수도권(―4.7%)보다 크게 높았다.

광역 시도별로 보면 충남(3065채)에 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았다. 이어 경남(2561채), 경북(1957채), 경기(1917채), 충북(1223채)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세종(0채)과 서울(20채)은 사실상 비어 있는 새집이 없는 ‘완전 분양’ 상태였다. 최근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는 광주(139채), 대구(129채) 등도 상대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적었다.

○ 조선소 인근에 미분양 몰려
악성 미분양이 많은 지역을 시군구로 따져보면 국내 산업 재편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8월 기준 전국 1위 경남 거제시(1312채), 3위 전북 군산시(549채), 5위 전남 영암군(517채) 등 상위 5곳 가운데 3곳이 조선업 관련 지역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결과 빈집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서도 영암군은 7월에 18채였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8월에 517채로 한 달 만에 2772% 늘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주택인 현대삼호2차 아파트를 최근 분양 전환했는데 이 과정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영암군에서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전용주 씨는 “분양가에서 1000만∼3000만 원을 깎은 급매물 정도만 일부 소화되는 형편”이라며 “조선업 업황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 지역이라 경기가 호전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분양 증가가 장기화된 지역에서는 실거주자들이 주택 처분을 하지 못한다는 하소연도 늘고 있다. 경남 창원에 사는 배모 씨(51)는 “3년 전 새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미분양이 쌓이면서 예전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계속 2주택자 상태”라며 “미분양이 쌓이는 창원에 왜 아파트 추가 공급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창원의 전체 미분양 주택은 2015년 말 44채였던 것이 지난달 6800채 수준까지 늘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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