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동승 408명 일대일 추적관리… 앞으로 2주가 확산 고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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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또 찾아온 메르스]정부, 위기경보 ‘주의’ 격상

정부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잠복기가 최대 2주인 점을 감안해 확진 환자 A 씨와 접촉한 인원을 추적 관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A 씨와 8시간 넘게 밀폐된 비행기 안에서 함께 있었던 승객들이 ‘2차 감염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이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확진환자 A 씨와 2m 이내에서 가깝게 접촉한 밀접접촉자는 △항공기 승객(비즈니스석) 10명 △항공기 승무원 3명 △공항 입국장 근무자 3명 △리무진 택시기사 △아내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4명 등 모두 22명이다. 밀접접촉자 가운데 13명이 A 씨와 비행기를 함께 타고 온 사람들이다.

A 씨가 탑승한 에미레이트항공 EK322편에는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해 모두 409명이 타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8 메르스 대응지침’에 따르면 승객 가운데 메르스 의심환자가 있을 경우 환자가 앉은 열 앞뒤로 각 3열을 포함해 총 7열에 앉은 승객과 담당 승무원을 밀접접촉자로 구분한다. 이는 유럽질병통제센터(ECDC) 기준에 따른 것이다.

이에 13명이 격리 조치됐지만 나머지 탑승객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A 씨가 화장실을 가거나 다른 이유로 좌석에서 벗어나 기내를 돌아다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A 씨가 이동 중에 기침을 했다면 A 씨의 비말(침방울)이 직접 튀거나 손잡이나 난간 등에 묻어 다른 사람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겼을 수 있다.

그나마 해당 항공기는 퍼스트클래스석과 비즈니스석은 2층에, 가장 많은 인원이 타는 이코노미석은 1층으로 분리된 구조다. 비즈니스석을 탄 A 씨가 비행 도중 1층을 이용했을 가능성은 낮은 만큼 이코노미석은 비교적 안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행기에서 타고 내리는 과정에서 다른 승객과 접촉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밀접접촉자(보호장비 없이 환자와 2m 이내에 1시간 이상 체류) 기준은 사실 엄격하게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환자가 기침 한 번 하면 침방울이 8m까지 날아간다”고 설명했다. 감염자와 8m 떨어져 있어도 감염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보건당국도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항공기 동승객 등 일상접촉자 440명에 대해 1 대 1로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이들은 밀접접촉자 22명과 달리 격리 조치되지는 않는다. 잠복기(노출일로부터 2주) 동안 관할 보건소가 정기적으로 유선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증상을 확인하고,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대상자가 즉각 보건소로 연락하도록 안내한다. 승객 가운데 외국인 115명에 대해서도 소재지를 파악해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개별 연락을 취하고 있다.

현재 A 씨의 상태는 크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A 씨의 폐 손상 여부는 10일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밀접접촉자 22명 가운데도 발열이나 기침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게 되는 밀접접촉자나 일반 접촉자의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당국은 환자가 공항에 입국한 뒤 택시를 타고 빠져나갈 때까지의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공항 안팎의 폐쇄회로(CC)TV를 샅샅이 분석하고 있다. A 씨의 휠체어를 밀어준 도우미는 일반 접촉자로 분류됐다가 CCTV 분석 과정에서 9일 오후 밀접접촉자로 다시 분류돼 격리 조치됐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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