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트럼프에 4번째 친서… ‘핵리스트 제출’ 제안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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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 재점화]北, 美에 협상 재개 메시지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 내 비핵화” 등 김정은의 발언을 이례적으로 자세히 소개했다. 당시 외교가는 물론 청와대 내부에서도 “신중한 정 실장이 이 정도로 김정은 발언을 공개했다는 건 ‘플러스알파’가 더 있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플러스알파’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9일 “김정은이 종전선언 논의 시작을 위한 몇 가지 비핵화 조건을 이야기할 ‘가능성’을 미국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북-미가 종전선언을 위한 대화를 시작한다면,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미국이 원하는 북핵 리스트 및 국제사회의 검증 등을 북한도 고려할 수 있다는 신호다. 다만 김정은이 행동의 약속이 아닌 가능성만 시사했다는 점에서 비핵화 협상의 진척까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 “서로 원하는 내용 논의해 보자”는 김정은

러 상원의장, ‘푸틴 친서’ 전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을 8일 평양 노동당 청사에서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마트비옌코 의장은 면담 후 “김
 위원장의 방러 시기와 장소를 조율하는 실무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TV 캡처
러 상원의장, ‘푸틴 친서’ 전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을 8일 평양 노동당 청사에서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마트비옌코 의장은 면담 후 “김 위원장의 방러 시기와 장소를 조율하는 실무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이 대북특사단 면담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보인 핵심은 “서로 원하는 내용을 논의해 보자”는 것이다. 북-미가 “먼저 행동으로 보이라”고 요구하면서 막힌 비핵화 협상에 대해 “각자 원하는 바는 알고 있으니, 일단 마주 앉아 이야기해 보자”는 제안인 셈이다. 청와대는 “추가 비핵화 조건의 논의 가능성을 제기한 것만으로도 북한이 비핵화의 입구에 들어서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한다. 특사단 방북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120% 만족”이라고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는) 긍정적인 내용일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김정은의 태도는 북한 내부, 특히 군부 강경파를 설득할 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의 조치가 있었지만 이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는 ‘일시적 조치 아니냐’라는 평가도 있다”며 “종전선언 논의 시작을 통해 ‘미국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명분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수립일(9·9절) 70주년을 맞아 북한 매체들이 일제히 “후손들은 전쟁을 모르게 됐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그 구체적 성과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 더욱 가팔라진 한반도 ‘운명의 보름’

백악관도 김정은의 유화 제스처에 일단은 긍정적인 분위기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친서를 받은 뒤 폼페이오 장관의 재방북 시점을 결정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김정은의 친서에 대해 “환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폼페이오 장관이 가져오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과정을 시작해야만 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 그동안 사실상 반대해 온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문제에 대해 ‘암묵적 동조’로 선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문제를 두고 약 보름 사이에 폼페이오 방북, 평양 남북 정상회담, 미국 뉴욕 한미 정상회담 등이 연이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관건은 이 보름 동안 진전된 결과물이 도출되느냐 여부다. 한 외교 소식통은 “다시 한번 어렵게 무대가 마련된 상황에서 이번에도 별다른 진척이 없다면 오히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후퇴할 수 있다”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 상황에서 수세로 몰리고 있기 때문에 남북은 물론 미국도 이번에는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특사 파견을 통한 분위기 조성 작업을 시작했다. 8일 중국을 방문해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만난 정 실장은 “중국 측은 ‘남북 및 한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문제의 획기적 해결을 위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10일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난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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