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1300억원의 사나이… “내 금메달은 국민의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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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日 꺾고 軍면제 ‘손흥민 최고의 날’

“징집 위기에 처했던 손흥민이 아시아경기 우승으로 병역 의무를 피하게 됐다.”

한국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2-1로 꺾고 우승하는 순간 영국 BBC, 미국 CNN 등은 손흥민(26·토트넘)의 병역 혜택 소식을 긴급하게 타전했다. 소속팀 토트넘은 트위터를 통해 “소니! 아시아경기 우승 축하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급 공격수로 활약 중인 손흥민의 군 면제는 국내 축구팬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관심사였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공격수였던 게리 리네커는 트위터에 “손흥민을 한국 군대로 2년간 임대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글을 올렸다. EPL에서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고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환상적인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명실상부한 ‘월드스타’였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8강), 2018 러시아 월드컵(조별리그 탈락) 등에서 목표 달성에 실패한 뒤 번번이 굵은 눈물을 흘렸던 ‘울보’ 손흥민이 마침내 활짝 웃었다. 연장 혈투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펄쩍 뛰어올랐다. 한국이 2-1로 앞선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교체 아웃돼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그는 양손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손흥민은 이승우와 황희찬의 연속 골을 모두 도와 ‘승리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30분(연장전)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골도 넣고 실점도 했는데…. (우승의) 행운이 우리에게 와서 기쁩니다.”

손흥민에게 이번 결승전은 ‘운명의 한판’이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곧바로 병역 문제와 직면하게 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입대 연기 사유인 ‘국외 거주’로는 만 27세까지만 입대 연기를 할 수 있다. 마지노선인 2019년 12월까지 1년 3개월여가 남은 상황이라 손흥민에겐 이번 아시아경기가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대회였다. 국가대표로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을 기록하거나,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병역 특례가 주어진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며 유럽에서 꾸준히 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손흥민의 몸값은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흥민은 2016∼2017시즌(21골), 2017∼2018시즌(18골)에 연달아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가치를 끌어올렸다.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는 지난달 손흥민의 시장 가치(예상 이적료)를 9980만 유로(약 1298억 원)로 측정했다. 아시아경기를 통해 병역 문제까지 해결한 만큼 손흥민의 몸값이 1억 유로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홀가분해진 손흥민이 소속 팀에서 꾸준히 활약을 이어간다면 몸값은 계속해서 오를 것이다”고 전망했다.

손흥민(1골 5도움)은 이번 대회에서 골 욕심을 버리고 팀플레이에 집중하는 ‘변신’도 했다. 2년 전 올림픽에서 상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다 득점 기회를 수차례 놓치는 아픔을 겪었던 그였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주 포지션인 측면 공격수 대신 중앙 미드필더로도 활약하며 동료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주장으로서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하며 동료들의 투쟁심을 자극했다. 손흥민은 “잔소리, 나쁜 소리도 많이 했는데 후배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이구나’ 하고 받아줘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선수들에게 앞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금메달에 안주하지 말고 나라를 위해 더 노력하자고 했습니다. 또 국민의 응원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국민 덕분에 금메달을 땄습니다. 금메달은 제가 걸고 있지만 국민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울었느냐’는 질문에 “(울지 않으려 했는데) 응원 온 교민들을 보니 살짝 눈물이 났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고르=김배중 wanted@donga.com / 정윤철 기자
#손흥민#금메달#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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