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잔에 꽃잎 동동… SNS 타고 입소문 솔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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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2>육림고개 ‘꽃술래’ 이은주 대표
동아일보-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진흥공단 공동캠페인

이은주 대표가 ‘꽃술래’의 인기 메뉴인 칵테일 막걸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데 대한 열정과 설렘이 크다”면서 “꽃술래가 좋은 우리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이은주 대표가 ‘꽃술래’의 인기 메뉴인 칵테일 막걸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데 대한 열정과 설렘이 크다”면서 “꽃술래가 좋은 우리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육림고개상점가로 간다고 하니 택시기사가 “아, 육림극장?”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강원 춘천 육림고개의 입구에 선 이곳은 한때 춘천에서 가장 큰 극장이었다. 멀티플렉스 극장의 공세로 2006년 문을 닫을 무렵 육림고개 골목에 빽빽하게 들어찼던 상점들도 하나둘 사라졌다.

육림고개를 방문한 20일 저녁, 젊은이들이 적잖이 눈에 띄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뿐 아니라 작은 가게들에도 주인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있었다. 오색식빵, 슬로푸드 밥상, 액세서리 공방…. 곳곳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젊은이들이 차린 가게가 늘면서 젊은 고객도 많아졌다”고 이은주 ‘꽃술래’ 대표(28)는 말했다. 2년 전 춘천시가 육림고개에 막걸리촌특화사업을 추친한 데다 청년창업 지원사업으로 젊은 상인들이 유입되면서, 한때 ‘죽은 상권’으로 불렸던 육림고개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역시 청년창업 지원사업에 뛰어든 젊은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브런치카페를 위탁경영하던 그는 직원들과의 야유회 도중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이 대표가 창업 고민을 자주 털어놨던 그 친구는 지원사업 마감이 그날 오후 7시라고 알려줬다. 이 대표는 집으로 달려갔다. 10장 분량의 사업계획서를 6시간 만에 썼다. “홀린 것 같았어요.(웃음)” 막걸리주점 ‘꽃술래’는 그렇게 시작됐다.

시원한 청량감으로 인해 ‘막걸리계의 샴페인’으로 알려졌다는 이화백주, 부드럽게 넘어가는 전남 해남의 해창주조장에서 빚은 ‘해창막걸리’, 청포도, 망고, 블루베리 등을 섞어 만든 칵테일 막걸리…. 장미와 팬지꽃 같은 식용 꽃을 띄운 ‘꽃술래’의 막걸리들은 맛만큼이나 색채감도 감각적이다. 인스타그램에서 ‘#꽃술래’를 치면 예쁜 색깔의 막걸리들과 ‘꽃술래’의 네온간판 사진이 빼곡하게 뜬다. “운영한 지 2년째인데 초반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막걸리집이 예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셨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춘천에서 나고 자란 이 대표가 창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운 것은 대학 때다. 호텔경영학과 학생이었던 그는 거의 매일 친구들과 함께 학교 앞 막걸리집을 찾아 막걸리를 마시곤 했다. 전국 곳곳의 맛있는 막걸리를 한자리에서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막걸리=값싸고 촌스러운 술’이라는 이미지가 안타까웠어요. 손님들이 막걸리를 마실 때 와인, 사케 마시듯 멋진 술을 마신다는 느낌,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막걸리에 젊은 요소를 가미하는 게 차별화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젊은이들이 많이 활용하는 SNS에서 회자되도록 하기 위해선 막걸리를 패션 아이템처럼 부각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막걸리에 꽃을 첨가하고 가게 벽도 꽃으로 단장했다. 이름난 전통 막걸리뿐 아니라, 보유한 칵테일 자격증을 활용해 화려한 칵테일 막걸리도 함께 선보이면서 관심을 모았다. 슈림프 로제 떡볶이, 유자 항정살 구이, 스파이시 크림 오돌뼈 등 ‘막걸리집답지 않은’ 퓨전안주도 입소문에 한몫했다.

이 대표가 직접 만드는 맛깔스러운 안주들은 음식점을 하는 어머니 솜씨의 내림이다. 딸이 술집을 한다고 하니 어머니의 반대가 컸다. “엄마가 장사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시거든요. 처음엔 절대로 안 된다고 하셨지만, 제가 얼마나 하고 싶어 하는지 아시고는 격려해주셨어요.” 얼마 전엔 취객을 상대하기가 힘들어 어머니에게 연락했고, 달려온 어머니가 손님 대하는 노하우를 발휘해 ‘어렵지 않게’ 취객을 내보내기도 했다. “죄송하고 감사한 지원군”이라고 이 대표는 어머니를 가리켜 말한다.

가게에 놓을 의자와 식탁뿐 아니라 컵과 젓가락까지 홀로 장만하면서, 건물에 화장실이 없어 자비를 털어 화장실을 만들면서, 문을 연 ‘꽃술래집’은 빠르게 자리 잡았다. 테이블 4개 10평 공간은 매일 40∼50명 손님으로 가득 찬다. 첫 손님으로 온 커플은 이내 단골이 됐고 얼마 전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다. 개점 1주년을 맞았을 때 케이크를 사들고 온 손님들도 있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찾아온 손님들이 자리가 없어 아쉬워하는 일이 많아지자, 바로 옆의 비어 있는 가게 자리를 터서 칵테일막걸리 바를 따로 공사하고 있다.

‘꽃술래’의 의미를 묻자 김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꽃술래는 꽃이 숨어있는 공간이니 술래가 돼서 찾으러 오란 뜻으로 지었지만 ‘꽃술 먹으러 올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 꽃술 마시러 ‘꽃술래’로 오시겠어요?(웃음)”

춘천=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육림고개 꽃술래#이은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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