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찬 군 “빗길 걸을 때 신발에서 물 안튀게… 바닥 무늬 바꿔가며 실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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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작 25점 10월부터 지방 순회 전시
대통령상 ‘물 튐 방지 밑창’, 경북과학고 최원찬 군

경북과학고 3학년 최원찬 군은 ‘어떻게 하면 빗길을 걸으면서 바지가 덜 젖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물 튐 방지 밑창’을 발명했다. 최 군은 이 발명품으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과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경북과학고 3학년 최원찬 군은 ‘어떻게 하면 빗길을 걸으면서 바지가 덜 젖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물 튐 방지 밑창’을 발명했다. 최 군은 이 발명품으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과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물 튐 방지 밑창’으로 사람들이 옷이 젖을까 봐 걱정하는 일 없이 편하게 빗길을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 튐 방지 밑창을 발명해 제40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경북 포항 경북과학고 3학년 최원찬 군(18)은 13일 이처럼 수상 소감을 밝혔다. 컴퓨터 과학자가 꿈인 최 군은 “어렸을 적부터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꼼꼼히 아이디어 노트에 적어 왔다. 물 튐 방지 밑창 역시 노트에 적어놨던 메모에서 비롯된 발명품”이라고 말했다.

슬리퍼를 자주 신는 최 군은 지난해 비가 오던 날 기숙사로 향하던 길에 물이 튀지 않는 밑창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위해 최 군은 슬리퍼를 신고 빗길 위를 걸을 때 물이 튀는 장면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뒤 반복 관찰했다.

먼저 땅을 딛고 있던 발뒤꿈치를 떼는 순간에는 신발 밑창에 있던 물이 그대로 묻어 나오면서 지면과 밑창 사이 물기둥이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걸으면서 발을 완전히 들어 올릴 때는 뒤꿈치 끝에서 물방울이 포물선을 그리며 종아리 쪽으로 날아가 바지를 적셨다.

최 군은 이렇게 신발 끝에서 물이 튀는 현상을 단계별로 나눠 원인을 분석한 뒤 해결 방안을 찾았다. 먼저 물기둥 형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수 효과를 높이기로 했다. 뒤꿈치 쪽에는 세로로 홈을 파고 밑창 바닥에도 배수가 잘되는 무늬를 새겼다. 최 군은 “지그재그 모양을 한 방향으로 배열했을 때 물기둥이 가장 얇게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 군은 같은 신발을 신고 같은 속도로 걸으면 밑창 끝에서 물방울이 일정한 각도, 일정한 속도로 날아간다는 점에 주목했다. 뒤꿈치 부분의 홈을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 이 각도와 속도를 충분히 바꿀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최 군은 홈의 형태도 여러 가지로 달리하면서 물 튀김 현상을 관찰했다. 종아리 쪽에 흰색 두루마리 휴지를 감고 노란색 색소를 탄 물웅덩이 위를 걸은 뒤, 얼마나 많은 물이 휴지로 튀는지 관찰했다. 실험 결과, 홈의 너비가 위(발바닥 쪽)에서 아래(땅 쪽)로 갈수록 넓어질 때 물방울의 수평 방향 속도가 가장 느렸다. 또 신발을 옆에서 봤을 때 홈의 윗부분 끝이 평평한 것보다는 아래를 향해 굽어 있을 때 물방울이 튀는 각도가 더 작았다. 최 군은 8개월간의 실험 끝에 물 튐 방지 밑창을 완성하고 국내 특허 등록도 최근 완료했다. 그는 “3차원(3D) 프린터와 실리콘만 있으면 적은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쉽게 밑창을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광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은 “신발 밑창의 모양을 간단히 바꾸는 것이지만 과학적인 실험과 분석 방법을 충분히 활용한 발명 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실용성과 경제성이 모두 높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최 군을 지도한 경북과학고 교사 손문규 씨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현상에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끈기 있게 분석해 나간 열정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400만 원과 200만 원이 수여된다. 최우수상 이상 수상자 12명에게는 무료로 특허 변리 지원과 선진과학문화탐방 기회가 제공된다. 시상식은 다음 달 5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사이언스홀에서 열린다. 수상 작품 중 25점은 10월부터 두 달간 국립과학관(대구, 광주, 부산)과 시도 교육과학연구원 등을 순회하며 전시될 예정이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발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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