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탄수비에 선제골… 악플 이겨낸 김영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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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RUSSIA 월드컵]“악플 경험이 발전의 계기 돼”

“제발 골이길 빌고 또 빌었다. 공이 너무 정확히 내 발 앞으로 와서 한 번 잡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잡고 때렸는데 그사이 노이어(골키퍼)가 튀어 나오더라. 들어가서 다행이다.”

한국의 선제골을 넣은 김영권(사진)은 그 짧은 순간 수없이 속으로 빌었다고 했다. 골을 넣었지만 선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고 한국 선수들이 격렬하게 항의하는 가운데 비디오판독(VAR)이 진행됐다. 결국 골로 인정이 됐다.

선제골을 넣은 그는 수없이 많은 육탄 수비로도 화제를 모았다. “수비수뿐만 아니라 공격수들까지 다 같이 수비에 가담해줬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공격진이 있는 앞에서부터 쉽게 공이 들어오면 쉽게 골을 먹을 수 있었다. 앞에 있던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뛰어줘서 무실점이 된 것 같다. 거의 매일 미팅을 했다. 독일 선수들 움직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유기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한때 그는 ‘악플’의 대명사처럼 불리기도 했다. 경기 중 관중 소리 때문에 선수들 간 소통이 잘 안 됐다는 식으로 말했다가 팬들의 집단 비난을 받았다. 그는 “과거에는 악플이 많이 달렸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는 말에 “아직 댓글을 보진 못했다. 응원을 열심히 해주신 것 같다. 한국에서도 늦게까지 응원을 해주셨고, 선수들도 그런 응원을 받고 매니저를 통해 소식을 듣는다”고 전했다.

그는 악플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런 계기가 없었다면 오늘처럼 골도 넣고 이런 상황이 안 나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발전할 수 있도록 된 것 같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한축구협회가 정한 구호인 ‘필사즉생 필생즉사’를 계속 떠올렸다고 했다. 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는 유명한 문구다. 그는 “운동하는 순간순간 그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다. 그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헌재 uni@donga.com / 카잔=정윤철 기자
#육탄수비#악플#김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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