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 속 독일 구한 한 방… 한국 희망 이어준 한 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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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크로스 ‘기적의 끝내기 프리킥’
전반 패스미스로 선제골 허용 빌미… 후반 추가시간 4분39초에 역전골
조별리그 탈락 위기서 극적 탈출

“축구는 간단한 스포츠다. 22명이 90분간 공을 쫓은 뒤 결국 독일이 항상 이기는 경기다.”

잉글랜드의 전설적 축구 스타 게리 리네커(58)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에서 당시 서독에 패한 뒤 한 말이다. 이 말은 독일이 월드컵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때마다 새롭게 회자되곤 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예외인 것 같았다. 24일 러시아 소치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F조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독일은 1-1 동점이던 후반 37분 제롬 보아텡이 퇴장당하면서 10명의 선수로 싸워야 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멕시코에 0-1로 패한 터라 무승부를 기록한다면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다. 독일의 마지막 조별리그 탈락은 80년 전인 1938년이었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 독일 축구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번 대회 내내 부진하던 토니 크로스(28·레알 마드리드)의 오른발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후반 추가 시간 4분경 프리킥 기회에서 크로스는 마르코 로이스가 멈춰둔 공을 오른발로 감아 찼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골키퍼를 넘어 그림같이 휘어 들어가 사이드 네트에 꽂혔다.

94분 39초.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이 골은 월드컵 축구 사상 연장전이 아닌 정규 시간 가장 늦게 터진 결승골이다. 종전 기록은 프란체스코 토티(이탈리아)가 2006년 독일 월드컵 호주전에서 기록한 94분 26초였다. 2-1로 승리한 독일은 승점 3점을 얻으며 스웨덴을 제치고 조 2위에 올라섰다.

이날 독일과 스웨덴 모두 측면 공격에 집중했다. 하지만 스웨덴이 오른쪽 공격(50%)에 집중하고, 왼쪽 공격(35%)을 곁들였다면 독일은 오른쪽(46%)과 왼쪽(45%) 공격의 균형을 맞췄다. 멕시코전에서 요주아 키미히에서 시작되는 오른쪽 공격(55%)에 치중했던 독일은 이날은 크로스의 패스 플레이를 통해 공격 루트를 양쪽으로 분산하는 모습이었다.

기선을 제압한 것은 전반 23분 선제 득점을 올린 스웨덴이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빅토르 클라손이 한 번에 전방으로 찔러준 공을 올라 토이보넨이 오른발 로빙슛으로 연결해 상대 골망을 흔든 것.

독일은 0-1로 뒤진 채 맞은 후반 들어 공격 위주의 전술을 폈다. 미드필더 율리안 드락슬러를 빼고 공격수 마리오 고메스를 투입하며 4명의 공격수를 앞세웠다. 10명으로 싸워야 했던 후반 막판에도 수비수 요나스 헥토어를 공격수 율리안 브란트로 교체했다. 볼 점유율에서 71%로 크게 앞선 독일은 29%의 스웨덴을 줄기차게 몰아친 끝에 역전을 일궈냈다. 그 중심엔 127개의 패스 중 121개를 성공시킨 크로스가 있었다. 크로스는 슈팅과 태클도 각각 4개와 3개로 팀 내 1위였다. 언제나 냉정함을 잃지 않던 그는 경기 직후 손바닥으로 여러 차례 그라운드를 내려치며 기쁨을 표현했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난 아직 살아있다(still alive)”라는 글을 올렸다.

독일의 승리로 16강행 희망을 이어간 한국은 27일 독일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다득점을 노리는 독일의 파상공세를 이겨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는 분명하다. 하지만 멕시코전에서 보여줬던 공격력에 수비 안정화를 가져간다면 못해 볼 상대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축구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리네커는 이날 SNS를 통해 독일에 대한 자신의 명언을 업데이트했다. “축구는 간단한 스포츠다. 22명이 90분간 공을 쫓다가 독일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해 21명이 뛴 뒤 ‘빌어먹을’ 독일이 어떻게든 이기는 경기다.”
 
이헌재 uni@donga.com·조응형 기자
#러시아 월드컵#독일#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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