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림 “靑과 핫라인으로 현안 해결”, 원희룡 “제주 문제는 제주서 풀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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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D-5]제주지사 ‘민주 vs 무소속’ 접전

“무신 거옌 고람 신디 몰르쿠게(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지요)?”

7일 제주도의 한 시장을 찾은 기자에게 한 60대 상인은 이렇게 제주 사투리로 농담을 건넸다. 이젠 제주도에서도 사투리보다 표준말이 흔해졌지만 이렇게 제주는 여전히 섬 특유의 독특한 정서가 남아있다.

제주도는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여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박빙의 대결을 펼치는 이례적인 지역이다. 대통령제도개선비서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핫라인’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강한 여당 후보를 강조하고 있다. 4월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역 지사 원희룡 후보는 4년간의 검증된 도정 능력을 앞세워 재선에 도전한다. 이날은 맑은 날씨에 낮 최고기온도 25도에 그쳐 쾌적했다. 그러나 해풍에 담긴 ‘짠내’만큼이나 두 후보의 설전에도 상대 후보에 대한 ‘소금기’가 가득했다.

○ 문대림 “힘 있는 집권 여당 도지사”

문 후보는 ‘힘 있는 집권 여당의 도지사’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과 대통령제도개선비서관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문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모시고 8년을 지내는 동안 생긴 수많은 동지가 지금 국회,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현안을 힘 있게 풀 수 있는 인적 자원을 갖고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문 후보의 고향인 서귀포시 대정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는 이수현 씨(45)는 “중앙정부와 소통이 잘되는 문 후보를 뽑아야 제주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문 대통령과 함께 일한 경력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시 애월읍에서 옷가게를 하는 김영미 씨(38)도 “대통령이 있는 정당 후보를 찍자는 말을 서로 많이 주고받는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 후보에 대해 “문 대통령과 친한 것 외에 무엇을 내세우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적지 않았다. 렌터카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53)는 “문 후보는 도전자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하면서도 새로운 정책을 보여주지 못했다. 원 후보의 인지도에 대적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도민도 많았다. 택시 운전사 이모 씨(67)는 “원 후보가 2017년부터 시행한 버스체계 개편 때문에 도로 폭이 좁아지고 시내 교통체계가 엉망이 됐다. 문 후보도 부동산 논란이 예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라 우려가 많다”고 밝혔다.

○ 원희룡, 청년층 공략… “청와대가 도정 하나”

7일 제주 한라대 학생식당에 들어선 원 후보는 식사를 하고 있는 학생 70여 명을 찾아 일일이 악수를 건넸다. 원 후보는 자신의 1, 2, 3호 공약이 모두 청년 일자리 관련 정책일 만큼 청년층에 공들이고 있다.

원 후보는 “육지로 나간 청년들이 취업하러 돌아오는 제주로 만들겠다”며 “알바센터도 만들어 청년들이 알바 월급을 못 받으면 센터에서 대신 싸워 주겠다”고 말했다. 대학교 4학년인 임동석 씨(29)는 “제주도는 서비스업 위주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면서 서울 노량진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다”며 “원 후보의 공약이 잘돼서 청년들이 떠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도민들의 찬반이 갈리는 쓰레기 요일제 배출, 제주2공항 설립, 버스준공영제 도입 등에 대해서는 몸을 낮췄다. 원 후보는 유세 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민은 언제나 옳다. 경청하고 반대 입장을 더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에 대해서는 “제주의 문제는 제주에서 풀어야지, 해법이 청와대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원 후보를 향한 도민의 민심은 반반으로 갈렸다. 이날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에서 만난 주부 김모 씨(42)는 원 후보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한 것을 두고 “철새를 두 번이나 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배달업에 종사하는 양정국 씨(53)는 “원 후보는 제주에서 인정해주는 제일고 출신이고, 제주에서 키워야 하는 인물이다. 그동안 잘해 왔으니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당은 바른미래당, 녹색당 후보 등과 함께 지지율 한 자릿수로 맥을 못 추고 있다. 한국당 김방훈 후보는 동아일보와 만나 “원 후보의 공약 중에 책임감이 결여된 공약이 많고, 문 후보는 검증이 제대로 안 됐다”며 “남은 6일간이라도 도민 속으로 파고들어 한국당의 정책을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6일 발표된 방송 3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원 후보가 39.3%로 선두를 달리고, 민주당 문 후보가 28.8%로 뒤쫓는 형세다. 그 뒤로 녹색당 고은영 후보가 3.0%, 한국당 김방훈 후보가 2.5%를 기록하고 있다.

제주=최고야 best@donga.com·박성진 기자
#문대림#청와대#원희룡#민주#무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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