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北발표 직후 NSC 소집… 美정가 “北의 전통적 협상각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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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대화판 흔드는 北]北 반격에 당혹감 속 예의주시

북한이 16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취소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하자 미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백악관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여전히 희망적이며 우리는 계속 그 길로 가겠다”고 강조했지만, 북한의 진위를 파악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아침(현지 시간) 평소처럼 트윗을 부지런히 올렸지만, 미중 무역협상에 관한 이야기를 했을 뿐 북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후 북한의 발표를 전달받은 뒤에도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백악관은 북한의 발표 직후인 오후 2시경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방부, 국무부 등 유관 부처 관계자들을 소집해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후 백악관과 국무부 모두 한미 군사훈련은 연례적인 방어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간다는 원론적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 언론들도 북한의 남북 고위급 회담 무기한 연기 사실을 일제히 속보로 전하며 북한의 의도와 배경에 관심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이번 발표가 몇 달간 한반도에서 조성된 해빙 무드에 긴장감과 불확실성을 불어넣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월 남측 특사단의 방북 때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번 움직임은 어느 정도 놀라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미 간의 대화가 급진전되는 데 대한 북한 내부의 ‘속도 조절’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70년간 독재정권이 지배하고 있지만 완전히 획일적인 사회는 아니며, 북한에도 매파와 비둘기파가 있다”고 전했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북한의 발표가 북-미 정상회담을 지렛대 삼아 한미 연합훈련을 끝내려는 포석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전통적 ‘협상 각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NYT는 많은 전문가가 북한의 이번 발표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엄청난 위협’이라기보다는 도로의 요철 같은 사소한 문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NYT에 “북한의 이번 발표는 한미 연합훈련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임을 암시했다”고 진단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회담 의제를 통제하려는 의도와 함께 한미 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목적이 있다”며 “김정은은 동맹의 균열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위협이 보다 심각한 것일 수 있으며 북한이 한국을 모욕한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北친선참관단 만난 시진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경제건설과
 개혁개방 경험을 학습하겠다”며 방중한 북한 노동당 친선참관단 일원인 김능오 평안북도 당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측근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 등 참관단과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후진타오 주석 시절인 2010년 비슷한 성격의 
북한 대표단이 중국에서 저우융캉 당시 상무위원(최고 지도부)을 만났던 것에 비하면 격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화면 캡처 
중국중앙TV
北친선참관단 만난 시진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경제건설과 개혁개방 경험을 학습하겠다”며 방중한 북한 노동당 친선참관단 일원인 김능오 평안북도 당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측근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 등 참관단과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후진타오 주석 시절인 2010년 비슷한 성격의 북한 대표단이 중국에서 저우융캉 당시 상무위원(최고 지도부)을 만났던 것에 비하면 격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화면 캡처 중국중앙TV
북한의 돌변을 중국과의 관계와 연결 지은 분석도 있었다. 보니 글레이저 CSIS 아시아 선임고문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문제를 다시 논의 대상에 올리도록 의견을 제시했고, 김정은이 이를 받아들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인 고든 창도 CNN에 “이번 주 워싱턴에서 미중 관세협상이 열리는 점을 감안해 북한이 중국에 백악관에 대한 레버리지를 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주성하 기자
#북미#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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