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청년 “내가 할 수 있는 건 돌팔매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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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유혈 충돌/박민우 특파원 예루살렘 르포]
美대사관 이전 반발, 팔레스타인 격렬 시위… 이스라엘軍 총탄에 최소 60명 사망

박민우 특파원
박민우 특파원
도로 한가운데 쌓아놓은 폐타이어에 불이 붙자 시꺼먼 연기가 삽시간에 치솟기 시작했다. 검은 연기가 반대편에 대치 중이던 이스라엘 군경의 시야를 완전히 가렸고, 그 뒤에 숨은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돌팔매를 시작했다. 화염병도 검은 연기를 뚫고 날아갔다.

시위대의 한 청년은 기자에게 “내가 이스라엘군을 향해 던지는 돌이 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돌팔매질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기념일인 14일 오후 4시(현지 시간) 예루살렘 외곽 칼란디아 검문소(체크포인트) 앞에서 이스라엘 군경과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격렬하게 충돌했다.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의 공식 개관식이 한창 진행 중이던 때였다. 이날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약 4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시위에 동참했다.

예루살렘 인근 칼란디아 검문소에는 팔레스타인 주민 수백 명이 몰려와 항의 행진을 벌였다. 복면을 쓴 10, 20대가 대부분이었다. 열 살 남짓한 어린이들도 시위대에 포함돼 있었지만 이스라엘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발사했다.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생후 8개월 된 아기를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최소 60명이 죽고 2700여 명이 다쳤다. 이스라엘 건국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이 추방된 치욕을 잊지 말자는 ‘나크바 데이(대재앙의 날)’인 15일 숨진 이들의 장례식이 열리면서 추가 충돌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다.

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이란#팔레스타인#유혈충돌#미국 대사관 이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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