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도 ‘美의 적국이었다 우방된’ 베트남 개발모델에 관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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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비핵화 본격 협상]北 비핵화 따른 경제지원 어떻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비핵화 조치 급부로 ‘번영’을 돕겠다고 약속하면서 대북 금융·경제제재에도 변화의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북한이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누리려면 미국이 주도해 온 대북제재를 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 금융·원유 관련 제재는 마지막에 풀어줄 듯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궁극적인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 제재를 풀겠다는 입장으로 해석하기엔 이르다는 것.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비핵화를 한 다음에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것이지 초기에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해제 열쇠를 쥐고 있는 제재는 행정명령이나 입법으로 명문화한 독자적 대북제재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이 쇄도하던 2016년과 2017년 당시 안보리 결의들은 대부분 미국이 작성한 초안을 토대로 작성됐고 독자 대북제재는 유엔 결의들을 보완하는 성격이 짙다.

비핵화 협상력과도 직결되는 대북제재를 미국이 쉽게 풀어줄 리 만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나마 북-미 양자 문제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가 순차적으로 풀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지난해 11월 9년 만에 재지정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같은 상징적 조치들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러한 제재들은 상징적 조치라서 풀더라도 그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아닌 북한 선박 운항 금지 등을 명시한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H.R.1644)’과 같은 법을 수정하려면 수개월에 걸쳐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해제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오히려 북한이 해제를 바라는 원유 공급 제한 및 해외 노동자 취업 금지 등을 규정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들은 유엔이 기존 결의들을 무효화시키는 새로운 결의를 만들어 낼 수는 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광물 수입 금지,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의 송환조치, 합작투자 금지가 핵심 제재 3종 세트”라면서 “북한이 상당한 비핵화 성의를 보였을 때에 한해 원유 정제제품 관련 제재 조치를 풀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베트남 모델 구현하나

국제사회 제재가 단계적으로라도 해제된다면 북한이 어떤 개발 모델을 채택할지도 관심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과거 미국의 적국이었지만 지금은 우방국이 된 나라”의 대표적인 예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전 당시 미국의 지원을 받았던 월남과 싸웠던 베트남은 대표적인 반미(反美) 국가였다. 그러나 1995년 미국과 수교를 체결했고,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시장 경제를 받아들여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 번영을 이루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선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13일 “북한이 비핵화 이후 베트남식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그 길을 북한은 물론이고 한국과 미국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여기에 베트남은 숙련된 인력과 낮은 인건비로 제조업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베트남에 대규모 제조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는 개성공단을 통해 제조업 분야의 장점을 보여준 바 있는 북한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경제 발전 모델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비핵화 담판이 타결된다면 북한은 가장 먼저 제조업에 대한 미국 자본이나 기업의 투자를 요청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순차적인 번영을 꾀하는 것이 김정은의 구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과의 관계는 베트남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베트남은 최근 반중(反中)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급격히 중국과 다시 가까워진 북한은 한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줄타기를 통해 체제 안전은 물론이고 최대한의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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