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회담땐 위안부 문제로 팽팽
아베, 저팬 패싱 우려에 태도 바꿔… 축하 케이크 선물하며 화기애애
정상간 셔틀외교도 복원하기로
9일 오전 9시 문재인 대통령이 탄 공군 1호기가 일본 하네다공항에 착륙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처음으로 인정한 ‘고노 담화’의 주인공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장남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이 전용기에서 내리는 문 대통령을 영접했다. 한국 현직 대통령으로 6년 반 만에 일본 땅에 발을 디딘 순간이다.
하루 동안 이뤄진 짧은 일정이었지만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만남은 석 달 전 평창 겨울올림픽 때와는 사뭇 달랐다. 2월 9일,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 블리스힐스테이에 마련된 한일 정상회담장의 분위기는 무거움 그 자체였다. 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놓고 정상회담 내내 치열하게 맞섰다.
당시 아베 총리는 비공개로 회담이 전환되자마자 준비해 온 종이를 꺼내 들고 한일 위안부 협상 파기, 위안부 소녀상 문제 등을 조목조목 따졌다. 문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고 하나하나 반박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남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등으로 언론의 주목이 덜했지만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팽팽했던 한일 정상회담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방일로 성사된 이날 네 번째 만남에서 한일 정상은 정상회담에 이어 오찬을 함께했고, 아베 총리는 오찬이 끝날 무렵 “문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축하한다”며 케이크를 선물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우리 측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깜짝 이벤트였다. 아베 총리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석 달 사이에 한반도 상황이 급변한 데 따른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문 대통령과 달리 아베 총리는 ‘저팬 패싱’ 논란을 수습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아베 총리는 “올해는 일한 간 파트너십 20주년이라는 아주 기념할 만한 해로,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여러 분야에서 강화했으면 한다”고 했다. 한일은 정상 간 셔틀외교도 복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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