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측 “네이버도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방조한 책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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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파문]드루킹 첫재판 출석… 여유있는 모습
“직접 입력 귀찮아 매크로 이용” 주장
檢 “경찰 분석중” 증거목록 제출안해… 경찰 “매크로 동원 아이디 2200개”

‘드루킹’ 김동원 씨가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눈을 감은 채 청사 안으로 걸어가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드루킹’ 김동원 씨가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눈을 감은 채 청사 안으로 걸어가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구속 기소) 측이 네이버 기사 댓글의 추천 횟수를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늘린 것과 관련해 네이버의 ‘방조 책임’이 있다고 2일 주장했다.

김 씨의 변호인 오정국 변호사(50·사법연수원 36기)는 이날 오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김 씨가 한 행동은 댓글 추천 횟수 조작이 아니라 ‘선플’(좋은 내용의 댓글) 활동”이라며 “네이버도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회원들에게 1인당 아이디를 무한정으로 쓰게 놔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오 변호사는 또 “김 씨가 구치소 접견 중에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나 때문에 떨어진 걸로 알고 열 받은 것 같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고 전했다. 김 씨로 인해 당시 안 후보가 떨어진 게 아니고 자신이 그럴 능력도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 드루킹, 법정서 ‘여유만만’

이날 오전 11시 24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김 씨와 공범 우모 씨(32·구속 기소), 양모 씨(35·구속 기소)의 첫 공판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44·33기) 심리로 재판이 시작되자 연녹색 수의를 입은 김 씨가 법정에 들어섰다. 머리카락은 대부분 하얗게 셌고 안경을 낀 채였다. 김 판사가 직업을 묻자 김 씨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차분하게 답했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읽을 때도 김 씨는 긴장하지 않았다. 김 씨는 간지러운 듯 코와 이마, 귀를 자주 긁었다. 다리를 덜덜 떨고 눈곱을 떼기도 했다. 고개를 내린 채 절레절레 흔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김 씨는 이날 말을 아꼈다.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김 판사의 질문에 “네, 인정합니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러나 김 씨는 오 변호사에게 수차례 ‘귓속말 지시’를 내리며 실질적으로 변론을 주도했다.

검찰은 이날 증거 목록을 제출하지 않았다. 증거로 신청한 압수물 대부분을 현재 경찰이 분석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서다. 이에 오 변호사는 “기소한 지 2주가 넘었는데도 증거 목록을 제출하지 못했다는 데 의구심이 든다. 재판을 지연하려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김 판사도 “자백 사건에서 증거 분석을 이유로 증거 제출이 늦어지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네이버 로그인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손으로 입력하는 데 귀찮아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뿐이다. 손으로 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어서 실질적으로 네이버에 크게 업무상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시작 16분 만인 오전 11시 40분에 끝났다. 두 번째 공판은 16일 열린다.

○ 경찰 “매크로 동원 아이디 2200개”

경찰은 1월 17, 18일 네이버에 올라온 기사 약 30만 개를 분석해 매크로 작업에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가 2200여 개에 이른다는 내용을 이날 추가로 밝혀냈다. 기존 614개의 약 3배로 늘어난 것이다. 아이디 일부는 김 씨가 운영했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아이디 명의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경우가 상당수 포함됐다. 경찰은 이런 내용을 김 씨의 공소사실에 추가할 방침이다.

이호재 hoho@donga.com·정성택·권기범 기자
#드루킹#여론조작#네이버#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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