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영장청구 불가피 판단한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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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모두 부인해 증거인멸 우려
박근혜 前대통령과 형평성도 고려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77)에 대해 남은 절차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다.

형사소송법상 판사가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는 △도주 우려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의 세 가지 사유를 고려한다. 판사는 피의자가 세 가지 중 한 가지에만 해당돼도 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검찰도 이런 기준을 감안해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신분인 이 전 대통령이 도주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혐의는 중대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전 대통령은 100억 원이 넘는 뇌물 수수와 횡령, 조세포탈 등 10여 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통상 법원 영장전담판사는 혐의가 인정되는데도 피의자가 부인하면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면 다른 관련자들과 말을 맞추거나 드러나지 않은 물증을 없앨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사유로 구속됐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10여 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또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와 불법 정치자금 등을 받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은 돈을 직접 받지 않았다. 검찰은 최순실 씨(62·구속 기소)가 받은 돈을 박 전 대통령의 뇌물로 봤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통령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만약 이번에 이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한다면 추가로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사팀은 이런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영장 청구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많은 검사들은 영장 청구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하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수사팀의 의견을 물리치고 불구속 기소하는 부담을 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이명박#검찰#영장#혐의#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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