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상징’ 판문점 거론… 스웨덴-스위스도 후보지로 꼽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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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비핵화 외교전]트럼프-김정은 어디서 만날까

처음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어디서?
북한 정권 수립 이후 70년 만에 이뤄질 첫 북-미 정상회담의 명암은 ‘어디에서 열리느냐’로 가려진다. 장소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중 한 사람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고, 회담 성격과 결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미국과 북한은 둘 다 부담스러울 수도

김정은이 먼저 미국에 대화를 제안한 만큼 평양에서 열릴 가능성이 우선 제기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타는 ‘에어포스 원’ ‘캐딜락 원’이 평양에 내렸을 때 ‘쇼 업(Show up)’ 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양을 방문한 현직 미 대통령은 없다. 지미 카터, 빌 클린턴이 평양을 간 적은 있지만 모두 전직 대통령 신분이었고, 억류된 미국인을 구출하는 인권 문제 해결사 역할이었다. 트럼프가 방북하면 미국 현직 대통령의 첫 평양행을 비핵화 회담의 성공으로 귀결시켜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미 테리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과 리사 콜린스 연구원은 9일 ‘긴급질의(Critical Questions)’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란 초강대국 지도자가 평양을 방문하면 북한 지도자의 영향력과 합법성을 대내외적으로 강화시킬 것이다. 과거 평양을 방문한 지도자들이 북한 체제와 지도부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던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이유로 워싱턴도 아직은 반반이다. 김일성 김정일 등 역대 북한 지도자들이 미국 땅을 밟은 적이 없고 “김정은이 한 수 접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초대한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도 거론되지만 “지나친 환대를 베풀었다”는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뉴욕 유엔본부도 있지만 북한이 대북제재의 산실을 회담 장소로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장소를 놓고 북-미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회담 준비가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승부사적 기질의 두 지도자 중 어느 한쪽이 조속한 회담 개최를 위해 장소 문제도 통 큰 양보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떠오르는 판문점 카드

북한과 미국 땅을 벗어난다면 중매에 나선 한국, 그중에서도 한반도 분단의 상징적 장소인 판문점이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공간이자 김정은이 한반도를 벗어나지 않고 트럼프의 손을 잡을 수 있는 곳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도 “가장 확실한 장소는 판문점 평화의집” “한국과 북한의 국경지대가 적절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도 유력한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바로 다음 달 판문점에서 북-미 회담이 열리면 “한국의 중재외교가 열매를 맺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지난해 방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하려다 날씨 때문에 무산돼 안타까워했던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서울과 제주 등도 거론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1일 “미국과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교섭해 나가는 과정에서 제주를 회담 개최지로 적극 검토해 달라”며 제안했다.

○ 스웨덴부터 공해상 선박까지 거론

AP통신은 9일 스웨덴이나 중립국인 스위스 제네바 등 다양한 제3의 장소에서 북-미 정상이 만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스웨덴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조만간 방문할 예정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리 외무상이 이곳에서 회담을 준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의 영사업무를 대행하는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이 북-미 간 채널 역할을 하는 장점도 있다. 최근 스테판 뢰벤 총리까지 나서 “스웨덴 정부가 북-미 간 대화를 도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6자회담 개최지였던 중국 베이징과 북-미 간 트랙 1.5(반민반관) 대화가 활발히 이뤄지는 싱가포르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AP통신은 또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전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서기장이 몰타 인근 해상의 선박에서 만난 사실을 예로 들며 국제 공해(公海)상에 떠 있는 선박에서도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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