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투’는 이념이나 진영이 아닌,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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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법조계를 넘어 문화예술계 등 각계로 확산되고 있다. 일상의 일터에서부터 전문가집단 내부에 이르기까지 여성을 상대로 자행된 성폭력의 과거사가 이렇게 광범위했는지 듣는 이로 하여금 귀를 의심케 한다. 그런 가운데 ‘나는 꼼수다’의 멤버였고 SBS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인 김어준 씨가 최근 자신의 팟캐스트를 통해 미투 운동에 대해 ‘섹스라는 주목도 높은 좋은 소재’로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최근 미투 운동이 상대적으로 진보 인사들에게 집중됐다는 점에서 진영의 위기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24일 페이스북 글에서 “진보적 인사는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도 방어하거나 감춰줘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일부 민주당 의원과 누리꾼들은 금 의원을 향해 비난의 글을 쏟아냈다. 금 의원은 어제 해명과 함께 재차 김 씨의 사과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최영미 시인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저는 괴물이 우파이거나, 정치적 색깔이 없는 사람이었더라도 그를 풍자한 시를 쓰고 발표했을 것”이라며 “미투 운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시라”고 썼다.

미투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는 데 1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경우도 있다. 오랜 기간 상상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이들에게 “미투”의 외침은 이념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자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 가뜩이나 미투가 한순간의 폭로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다. 미투에 대한 진영논리식 접근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침묵의 압박’이 될 수 있다. 진영을 떠나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범사회적 차원의 대처 방안을 모색할 때다.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외침을 헛되게 만들어선 안 된다.
#미투 운동#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김어준#금태섭 의원#최영미 시인#보편적 인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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