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례 대북제재 예외조치… 한국 외교적 부담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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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9일 南으로]
만경봉호-전세기 방북 등 이어 ‘김여정-최휘’도 예외인정 받을듯
김정은, 여동생 보내 ‘유화 제스처’… 일각 “대북압박 통했다는 방증”

“북한에서 누가 내려올 때마다 그물코가 조금씩 넓어진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이후 촘촘했던 대북 제재망이 조금씩 헐거워지고 있다며 8일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말까지 팽팽했던 국제사회의 초강경 대북 제재 기조는 올림픽을 앞두고 제재 예외가 잇따라 인정되면서 느슨해진 게 사실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7일(현지 시간)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 포함된 최휘 노동당 부위원장에 대한 제재를 일시적으로 해제해 달라고 회원국들에 제의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대북제재위에 최휘의 제재 해제를 요청했다. 한국 시간으로 9일 오전 5시까지 반대하는 회원국이 없으면 제재가 풀린다. 정부는 김여정이 미국 독자 제재 리스트에 있지만 미측에 예외 인정을 요청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올림픽 참가 메시지를 밝힌 뒤 북한은 지금까지 여섯 차례 국제사회와 한미의 대북 제재망을 흔들거나 흔들려는 데 성공했다.

첫 논란은 금강산 문화 공연을 위해 우리 측이 경유(3만 L가량으로 추정)를 북한에 보내기로 하면서 불거졌다. 정유제품의 연간 대북 공급량을 50만 배럴(7945만 L)로 제한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북측이 일방적으로 공연을 취소해 없던 일이 됐다. 마식령스키장에서 공동 훈련을 위해 우리 선수단을 태운 아시아나항공기의 방북도 ‘북한을 경유한 항공기는 180일 동안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미국 행정명령에 저촉되는 것이었다.

만경봉92호가 동해시 묵호항에 정박하며 우리 해역에 입항한 것도 제재 예외 조치를 받았다. 우리 정부 스스로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금지’를 규정한 5·24대북제재조치의 빗장을 푼 것. 북한은 이 선박의 유류 지원도 요청했는데 이 역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저촉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 때문에 평창 올림픽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기조를 잇달아 역행하는 것은 우리 정부에 고스란히 외교적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우리가 계속 제재를 무너뜨리면 이후 국제사회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일각에선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뚫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 자체가 거꾸로 대북 제재가 김정은 체제를 제대로 압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달러가 바닥나고 기름 탱크가 비어 가자 김정은이 이를 타개하려고 여동생인 김여정까지 한국에 보내며 손을 흔들고 있다는 것. 이에 올림픽 후 다시 제재를 강화해 북핵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자는 말도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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