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생존자들 “여탕 내부 경보음 안울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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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타는 냄새 맡고서야 화재 알아… 탈의실 경보음도 작은 소리로 울려”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2층 여탕의 욕탕에서는 화재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생존자들은 화재 당시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고 탈의실 경보음도 아주 작았다고 말했다. 타는 냄새를 맡고서야 불이 난 것을 알았다는 얘기다. 희생자 29명 가운데 20명이 이곳에서 숨졌다.

2층 생존자 김모 씨(57·여)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욕탕 내부에 화재 경보음이 울리지 않아 희생자가 많았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욕탕에서 족욕하다 옆의 여성에게서 “고무 타는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었다.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던 만큼 일부는 계속 목욕을 했다. 김 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욕탕을 빠져나왔다. 탈의실에서는 경보음이 울리고 있었다.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목욕탕을 빠져나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3년 전부터 이 목욕탕을 다녔다는 김 씨는 “평소 전선 타는 누린내가 자주 났고 경보도 종종 오작동했다. 이 때문에 불이 난 처음에는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모 씨(53·여)는 탈의실 경보음도 너무 작아서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씨는 “탈의실에 경보음이 울렸지만 전화 벨소리로 착각할 정도여서 불이 난 줄 모르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불이 난 1층에서 연기가 2층으로 올라오자 욕탕으로 대피한 여성이 많았던 점도 피해를 크게 했다. 강 씨는 “불이 난 걸 알았을 때 욕탕에는 연기가 전혀 없었다. 뒤늦게 빠져나오던 사람 일부가 연기를 뚫고 나가지 못하고 욕탕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제천=구특교 kootg@donga.com·전채은·정다은 기자
#제천화재#참사#화재#경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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