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반대한다고 맥없이 물러선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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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긴장 고조]사드기지 전자파 측정 취소
주민 등 130여명 기지 진입로 차단 “장비 반출한뒤 환경평가하라” 요구
국방부 “날씨 나빠 헬기도 못 띄워… 주민들 협조 얻어 추후 재추진”
“반발 예고됐는데 안일한 대응” 지적

10일로 예정됐던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 확인이 무산됐다. 국방부는 이날 경북 성주 사드 기지 내·외부에서 전자파와 소음도를 측정해 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국방부는 언론 및 주민 대표 등과 진행하기로 한 현장 확인을 이날 오전 갑자기 취소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추가적 협조가 필요해 추후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전자파 측정 절차는 법적 규정에는 없지만 지역주민의 우려를 감안해 주민 대표가 참관해 실시할 예정이었다.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결과 사드 기지의 X밴드 레이더의 전자파는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알려졌다. 국방부는 지난달에도 주민 대표가 참관해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를 측정할 계획이었지만 그때도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북한發 핵미사일 위협 커지는데… 사드 갈등 한국은 전자파 조사 무산 북한이 미군기지가 있는 괌 타격 
계획을 밝히면서 한반도 정세가 출렁이는 가운데 9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결의에 반발하는 
‘10만 군중대회’가 열렸다(위쪽 사진). 반면 10일 경북 성주군에서는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환경영향평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정부는 이날 하려던 사드 기지 내 전자파·소음 
측정 계획을 미뤘다. 평양=AP 뉴시스·성주=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북한發 핵미사일 위협 커지는데… 사드 갈등 한국은 전자파 조사 무산 북한이 미군기지가 있는 괌 타격 계획을 밝히면서 한반도 정세가 출렁이는 가운데 9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결의에 반발하는 ‘10만 군중대회’가 열렸다(위쪽 사진). 반면 10일 경북 성주군에서는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환경영향평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정부는 이날 하려던 사드 기지 내 전자파·소음 측정 계획을 미뤘다. 평양=AP 뉴시스·성주=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단체 회원과 주민 등 13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경 성주군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지로 가는 길을 막았다. 이들은 “불법적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중단해야 한다”며 “사드 가동을 중단하고 장비를 반출한 뒤 전략환경영향평가부터 다시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형 현수막을 찢으며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현장 확인을 위해 성주를 찾은 환경부 관계자는 “검사기기를 싣고 들어가던 차량이 시위대에 둘러싸여 간신히 몸만 빠져나오기도 했다”며 “이 상태라면 육상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애초 육상 진입이 어려우면 헬기를 이용해서라도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영남지역엔 오전부터 비가 내리고 성주 일대에 안개가 발생해 헬기 동원이 어려웠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측은 “사드 반대 측이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애초 사드 배치에 반대했던 이유가 유해 전자파인데 정부의 전자파 측정을 막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조용히 진행했으면 될 일인데 괜히 언론과 주민 대표에게 공개해 일을 크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단체가 현장 확인도 막아설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는데도 안일하게 준비했다는 비판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몰래 들어가서 현장 확인을 하고 오기보다는 주민과 언론에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환경부 등과 조율해 현장 확인 일정을 조만간 다시 공개할 예정이다. 사드 반대 단체에선 여전히 이 같은 절차에 반대하고 있어 헬기를 이용해 기지로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면 현실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장 확인이 미뤄지면 다른 평가 절차도 모두 늦춰지게 되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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