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사드, 한중관계 찬물”… 강경화 “방어차원 결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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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고강도 대북제재 채택]韓中 외교장관회담 날선 공방
왕이, 사드 비난 발언 길어져… 강경화 외교, 보복중단 요구 못 꺼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한국의 대화 제의에 적극 호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했다”며 북-중 회담 내용을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귀띔했다.

하지만 이날 회담은 역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싸고 냉랭한 기류가 전반적으로 이어졌다. 왕 부장은 모두발언에서부터 “서두르게 사드 배치를 결정한 문재인 정부가 개선되고 있는 양자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찬물을 끼얹었다고 표현하면서 손바닥을 펼쳐 어딘가를 덮는 듯한 위압적인 포즈도 취했다. 이에 강 장관은 “국민의 우려와 걱정이 심화된 가운데 문 대통령께서 방어적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고 받아쳤다


강 장관은 회담 후 취재진에 “기존 입장을 거듭 주장하는 중국에 사드 추가 배치를 하게 된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왕 부장도 “이 문제는 피할 수 없는 문제로 양국 관계의 정상적인 발전에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영향을 준다”며 “안보와 관련한 한국의 관심사가 중국의 불안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심지어 왕 부장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가담하는 것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도발적인 질문도 했다. 왕 부장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사드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막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내 생각에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매우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왜 이렇게 빨리 사드를 배치했는가’라는 데 대해 많은 의문점을 품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 장관은 왕 부장의 사드 발언이 워낙 길게 이어지자 중국의 사드 관련 대한(對韓) 보복 중단을 요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유엔 대북제재에 전격 합의해 준 만큼 사드 이슈를 놓고 일종의 ‘대북제재 결의안 청구서’ 격으로 더 공세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회담에 배석한 관계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열리는 19차 당 대회를 통해 정치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고 사드와 관련해 메시지의 강도를 더 높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닐라=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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