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업체들 “北서 우리제품 유통, 깜짝 놀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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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싱가포르 ‘금지 사치품 커넥션’]北 유입 사치품, 中서 ‘화물 세탁’
안보리 대북수출 금지결의 이후 北, 中대리인-제3국 이용 수입
야마하 “北에 결코 수출한적 없어” 몽블랑 “모조품 아니면 불법거래”

일본 야마하사의 간부들은 최근 북한 평양의 ‘보통강 류경상점’에서 자사의 드럼과 색소폰, 키보드 등이 팔리고 있는 사진이 북한 뉴스 전문 사이트인 ‘NK뉴스’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NK프로’에 공개되자 깜짝 놀랐다. 일본 정부가 2012년 대북 수출을 전면 금지한 뒤 직접 수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 금수 물품을 공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싱가포르의 A사와도 거래한 적이 없어 어떤 경위로 자사 제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 갔는지 조사하고 있다.

NK프로가 17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제품의 북한 수출이 금지된 후 일부 화물선들이 홍콩이나 중국 톈진(天津)을 거쳐 평양과 가까운 남포에 도착했다고 북한 노동당 외화벌이 기구인 39호실의 전 관리는 말했다. 이 관리는 또 홍콩과 톈진에서 컨테이너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화물 세탁’을 했다고 증언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화물을 취급하는 데 직접 개입하지 않고 중국인 등 대리인을 고용하며, 제3국을 거치는 등 핵과 미사일에 관계된 전략 물자를 들여올 때 쓰는 수법을 사치품 수입에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화물 세탁 과정은 해당 제품을 공급한 회사들도 모르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A사가 평양에서 운영하는 두 개의 호화 상점 중 한 곳인 보통강 류경상점에서 고가의 자사 시계가 팔리고 있는 것에 대해 몽블랑의 싱가포르 법인 ‘리치몬트 럭셔리’ 관계자는 “A사와 어떤 거래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법인 관계자는 NK프로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에서는 몽블랑뿐 아니라 어떤 제품도 판매하지 않는다”며 “평양에서 노출된 제품은 ‘회색 시장’을 거쳤거나 모조품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강 류경상점에서 일본 ‘아메리카야’사의 신발이 팔리고 있는 것은 A사가 수출 전문 자회사인 T사를 통해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T사와 거래해 온 회사들 중에는 T사가 A사의 자회사인 것을 몰랐거나 간접적으로 북한과 관계가 있는 것을 알지 못했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A사가 평양에서 설립해 운영해 온 류경상업은행이 올해 3월 유엔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대동은행과 거래 관계가 있는 것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대동은행은 유엔 제재 대상 기관과 거래하고 중국을 통한 무기 거래를 지원해 온 것으로 유엔 전문가 패널이 확인했다.

싱가포르의 한 북한 전문가는 “싱가포르는 중국, 말레이시아와 함께 북한이 금수 품목 등을 들여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룡 bonhong@donga.com·주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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