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2017 프로야구 명장면과 뒷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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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뒤집은 KIA… “이대로 지면 우린 끝” 기어코 이긴 SK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SK의 경기에서 1-12로 뒤진 KIA가 5회초 12점을 뽑아 13-12로 역전한 게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KIA는 역대 최다인 11타자 연속 안타를 치며 한껏 기세를 올렸지만 SK가 8회 6점을 뽑아내 결국 18-17로 이겼다(첫번째 사진). SK 나주환이 14-15로 뒤진 8회 2사 만루에서 역전 싹쓸이 3루타를 터뜨린 뒤 3루에서 환호하고 있다. 동아일보DB·SK 제공
1-12 뒤집은 KIA… “이대로 지면 우린 끝” 기어코 이긴 SK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SK의 경기에서 1-12로 뒤진 KIA가 5회초 12점을 뽑아 13-12로 역전한 게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KIA는 역대 최다인 11타자 연속 안타를 치며 한껏 기세를 올렸지만 SK가 8회 6점을 뽑아내 결국 18-17로 이겼다(첫번째 사진). SK 나주환이 14-15로 뒤진 8회 2사 만루에서 역전 싹쓸이 3루타를 터뜨린 뒤 3루에서 환호하고 있다. 동아일보DB·SK 제공
12-1로 앞서던 경기가 12-13으로 뒤집어지리라는 걸 그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5일 인천에서 열린 KIA-SK의 경기. 4회까지 1-12로 뒤지던 KIA는 5회초 11타자가 연이어 안타를 때렸다. 역대 최다 연속 안타 신기록이었다. 그 가운데 홈런은 무려 4개나 됐다. KIA가 일찌감치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경기 수를 8경기로 늘리는 순간이었다. 장장 34분에 걸친 5회초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SK 선수들의 얼굴은 흑빛이었다.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패배의 기운이 감돌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날 SK는 18-17로 기적 같은 재역전승을 거뒀다.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이 경기에는 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올 시즌 전반기를 뜨겁게 달군 명장면과 그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 SK를 살린 박정권의 한마디

당시 5회 공수 교대 시간. SK 주장 박정권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그는 거의 패닉에 빠진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이 경기를 지면 올 시즌 우리 팀은 이대로 망한다. 다른 경기는 다 져도 좋다. 하지만 오늘만은 죽어도 이겨야 한다.”

12-15로 뒤진 운명의 8회말. 마침내 기회가 왔다. 이재원의 2타점 2루타로 2점을 따라붙은 후 맞은 2사 만루 찬스에서 나주환의 역전 싹쓸이 3루타가 터졌다. 나주환은 경기 후 “선수들이 오늘만큼은 꼭 이기자고 마음을 모은 게 승리의 이유”라고 했다. SK는 결국 3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감할 수 있었다.

○ ‘무패 신화’ 헥터를 구한 최형우

헥터
선두로 전반기를 끝낸 KIA는 헥터라는 독보적인 에이스를 보유한 덕을 톡톡히 봤다. 헥터는 삼성과의 개막전 승리를 시작으로 11일 NC전까지 14승 무패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개막 14연승이자 지난 시즌을 포함하면 외국인 선수 최다인 15연승이다.

하지만 헥터의 무패 신화는 일찌감치 깨질 수도 있었다. 5월 13일 SK전에서 헥터는 1회부터 로맥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1-3으로 뒤진 8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를 패전 위기에서 구한 것은 100억 원의 사나이 최형우였다. 최형우는 9회초 동점 2점 홈런을 때린 데 이어 연장 11회에는 역전 결승 2점 홈런까지 쳐 승리를 이끌었다.

헥터는 며칠 후 자신을 패전에서 구해낸 최형우에게 500달러 상당의 고가 스피커를 선물하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헥터는 6월 21일 두산과의 경기에서도 5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는데, 그날 KIA 타선은 장단 20안타로 20득점을 하며 헥터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헥터는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화끈한 타선은 처음 본다”며 웃었다.

○ 사이클링 히트 속성 완성 정진호

정진호
KBO리그 역사에서 사이클링 히트(타자가 한 경기에서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치는 것)는 모두 23번 있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두산 정진호의 기록은 좀처럼 깨지기 힘들 것 같다.

평생 한 번 할까 말까 한 사이클링 히트를 5회 안에 끝냈기 때문이다. 정진호는 6월 7일 삼성전에서 부상을 당한 주전 우익수 박건우를 대신해 선발 출장 기회를 얻었다. 1회 2루타를 치면서 기분 좋게 출발한 그는 2회 3루타, 4회 1루타에 이어 5회에는 홈런을 때리며 역대 최소 이닝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정진호는 “경기 후 하이라이트를 보니 2회 3루타는 중견수 박해민의 글러브를 스쳤더라. 그게 잡혔다면 기록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진호는 이튿날 선수단에 기분 좋게 피자 30판을 돌렸다. 지난해 선발 출장이 3경기에 불과했던 정진호는 행운의 사이클링 히트 경기 이후 부쩍 출전 기회가 늘어 12일까지 25차례 선발 출전했다.

○ 이승엽은 대구 사나이? 포항 사나이?

이승엽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삼성 이승엽은 4∼6일 포항에서 치른 마지막 3연전 첫 경기에서 홈런 두 개를 날리며 포항과 뜨겁게 이별했다. 대구를 안방으로 누볐던 이승엽이지만 ‘제2의 홈구장’인 포항에서는 방망이에 더욱 불이 붙었다. 이승엽의 통산 포항구장 성적은 39경기 출전에 타율 0.362(141타수 51안타), 15홈런, 45타점이었다. OPS(출루율+장타력)는 무려 1.163이다. 12일 현재 통산 타율(0.303)과 OPS(0.963)를 훌쩍 넘어선다.

이승엽은 2013년 포항에서 열린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 우승했고, 2015년 6월 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는 통산 400홈런을 달성했다. 그는 “예전엔 타격감이 안 좋을 때마다 포항에서 경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포항구장에서 그의 홈런 볼을 받은 2명은 560만 원 상당의 명품시계를 선물받았다.

이 밖에 한화 김태균의 86경기 연속 출루, 넥센 신인 이정후의 최연소 올스타 선정(15일 기준 18세 10개월 7일) 등도 KBO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이헌재 기자
#7월 5일 kia 경기#sk 박정권#kia 헥터#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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