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위드 월드] “北 미사일 어떻게 대피?” TV광고까지 하는 日…속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1일 1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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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이 일본에 떨어지려 할 때 어떻게 대피해야 할까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자 일본 정부가 대피방법을 다룬 TV 광고를 방영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이지만 연일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는 걸 놓고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21일 요미우리신문은 정부가 30초 분량의 TV 광고를 23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도쿄(東京)에 있는 5개 민영방송을 통해 방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광고는 미사일이 일본에 낙하할 우려가 있을 때 순간경보시스템 ‘J얼럿’을 통해 긴급 정보를 내보낸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어 일러스트와 내레이션으로 대피 방법을 안내한다. 구체적으로는 △튼튼한 건물이나 지하로 피할 것 △주변에 건물이 없는 경우 바위나 나무 등 주변 물체 뒤에 몸을 숨기거나 지면에 엎드려 머리를 보호할 것 △실내에 있는 경우 창문으로부터 떨어지거나 창문이 없는 방으로 이동하라는 내용이다.

정부는 방송광고 말고도 이 같은 내용을 이달 23~25일 전국 70여개 신문에 광고를 통해 알릴 방침이다. 26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는 인터넷 포털에도 광고를 게재한다.

일본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도 대피훈련을 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총무성은 4월에 방재 담당자들을 불러 연수를 실시하면서 ‘한반도 유사 시’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켰다.

정부가 나서자 지자체 중에서도 대피훈련을 실시하는 곳이 늘고 있다. 3월에는 아키타(秋田) 현 오가(男鹿) 시, 이달에는 후쿠오카(福岡) 현 오노조(大野城) 시와 야마구치(山口) 현 아부(阿武) 정, 야마가타(山形) 현 사카타(酒田) 시 등에서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주민 대피훈련이 이어졌다. 수도권의 가나가와(神奈川) 현은 피난 동영상을 자체 제작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위기의식 부추기기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4월 “북한이 사린가스를 미사일 탄두에 장착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에서) 일본에 오는 피난민을 선별적으로 받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4월 말에는 북한 내에서 발사돼 일본 근처로는 오지도 않은 미사일 발사 소식에 일부 도쿄 지하철이 멈추는 해프닝도 있었다.

과도하게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이유를 두고서는 최근 아베 정권이 잇단 스캔들로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명예교장을 맡았던 모리토모(森友) 학원에 국유지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에 이어, 최근에는 40년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加計)학원에 수의학과 신설 특혜를 줬다는 의혹까지 터졌다. 이 때문에 일부 조사에서 30%대로 지지율이 떨어진 아베 총리가 안보 의식을 고조시켜 지지율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명운을 걸고 추진 중인 개헌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최근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엄중해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평화헌법 9조 개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민간 부문의 대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보다 일본 정부가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군과 정부기관 등은 연중 한두번씩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지만 민간 부분의 대비는 거의 없는 상태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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