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의 아니다 호소했지만 김이수 판사 침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5·18때 경찰 치어 사형선고 받은 시민군 버스운전사
“당시 최루탄 연기에 앞이 안보여”…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 7, 8일 인사청문회

“최루탄 연기 때문에 앞이 안 보였을 뿐 고의로 사람을 친 게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판사님은 아무 말도 안 하시더군요.”

1980년 10월 당시 군 법무관이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64·사법연수원 9기)가 사형 선고를 내린 5·18민주화운동 시민군 참가자 배모 씨(71)는 3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37년 전 쓰라린 기억을 털어놨다. 당시 버스 운전사였던 배 씨는 1980년 5월 20일 시민군을 버스에 태우고 경찰 저지선으로 돌진해 경찰관 4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군 판사였던 김 후보자에게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판결은 이듬해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배 씨는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오후 9시경 최루탄 연기가 자욱해 앞이 거의 안 보였다. 주행 중 뭔가에 ‘쿵’ 부딪혔고 버스에서 내렸지만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일 배 씨는 인근 여인숙에 묵은 뒤 다음 날 차를 찾으러 사고 현장에 갔다 경찰에 연행됐다. 헌병대 조사에서 배 씨는 “고의로 경찰관을 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묵살당했다. 무수한 구타와 얼차려를 받았다. 또 배 씨의 주장은 군 검찰이 작성한 조서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배 씨는 인터뷰에서 “당시 판사(김 후보자)는 얼굴도 쳐다볼 수 없는 존재였다”며 “앞이 안 보여 사람을 친 줄 정말 몰랐다고 호소했지만 판사는 검찰 측 주장에 전혀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 씨는 32개월간 복역한 뒤 사형 집행이 면제돼 1982년 12월 출소했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뒤 배 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1998년 6월 광주고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은 정부 측의 상고 포기로 확정됐다.

배 씨와 배 씨의 부인은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의 신청으로 7, 8일 국회에서 열리는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각각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배석준 eulius@donga.com·장관석 기자
#김이수#버스운전기사#사형선고#5·18#경찰#교통사고#군법무관#헌법재판소장#후보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