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우진 “애국가도 임을 위한 행진곡도 씩씩하게 부르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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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강제전역 부당” 국방부 상대 복직 승소 ‘철의 여인’
첫 여성 보훈처장 피우진 예비역 중령


여성 헬기 조종사 출신인 피우진 예비역 육군 중령(61)이 17일 신임 국가보훈처장에 임명된 건 파격 인사로 평가된다. 예비역 장성이나 국가유공자 후손이 기용됐던 보훈처장에 여성이 낙점된 것은 처음이다. 충북 청주 출신의 피 신임 보훈처장은 1979년 소위로 임관해 특전사 중대장을 지낸 뒤 항공병과로 전환해 1981년 헬기 조종사가 됐다. 이후 25년간 1300여 시간의 비행기록을 세웠다.

2002년 유방암에 걸려 양쪽 가슴 절제수술을 받고 완쾌했지만 군 신체검사에서 2급 장애판정을 받고 2006년 11월 강제 퇴역되는 시련을 겪었다. 그는 군의 퇴역 결정이 재량권 남용과 차별이라고 반발하면서 국방부와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승소 판결을 받고 2008년 복직했다. 이후 육군항공학교에서 교리발전처장으로 1년간 근무하고 군을 떠났다.

이를 계기로 그는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군 복무 중 장애를 얻은 군인들에 대한 부당한 전역 조치 관행을 바꾸는 데도 기여했다. 국방부는 2007년 심신장애 판정을 받아도 본인이 원하면 각 군의 전역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계속 복무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고쳤다.

2006년에는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자서전을 펴내 30여 년간의 군 생활에서 경험한 여군의 상황과 부당한 대우를 고발해 주목을 받았다. 이 책에서 대위 시절 여군 하사를 군사령관이 주관하는 술자리에 보내지 않아 미운털이 박힌 일, 모 사단장에게 성희롱을 당한 여군 장교를 위해 개인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언론 인터뷰에 응한 일화 등을 소개했다.

2008년 제18대 총선 당시 진보신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하면서 “심상정 의원 같은 여성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까지 예비역 여군들의 모임인 ‘젊은여군포럼’의 대표로 활동한 그는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보다 더 짜릿하고 감동적인 인사는 일찍이 없었다, 역대급 홈런”이라며 “국방부의 부당한 처우에 맞서 싸워 이긴 참군인을 보훈처장에 임명한 것은 인사를 넘어 정의의 실현이고 그 자체가 보훈”이라고 평가했다.

피 보훈처장은 인사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특별한) 인연은 없다”고 했다. 또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거냐는 물음에 “저는 애국가도 씩씩하게 부르고 임을 위한 행진곡도 씩씩하게 부를 거다”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61) △청주대 체육교육학과 △건국대 대학원 체육교육학 △육군 202항공대대 헬기 조종사 △진보신당 18대 국회의원 후보(비례대표) △육군항공학교 교리발전처장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피우진#국가보훈처장#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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