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속살]대선 열기 달구는 5음절 풍자시·한줄평…‘말(言)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6일 15시 57분


코멘트
26일 정치권은 전날 TV 토론회의 여진이 이어졌다. 각 캠프는 TV 토론에서 드러난 상대의 약점을 집중 공략하며 불꽃 튀는 ‘디스전(’디스‘는 disrespect의 줄임말)’을 벌였다.

선거 벽보와 TV 광고에서 파격을 선보였던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토론 태도를 겨냥한 ‘5음절 풍자시’를 논평으로 내놨다. ‘이보세요! 거기 본부장이 누구요?!’라는 제목의 이 풍자시의 내용은 이렇다.

팩트로 공격하면 <그만하시죠>
의혹을 제기하면 <밝혀졌구요>
거짓말 지적하면 <확인하시죠>
반박할 답없으면 <책임지세요>
잘못을 거론하면 <넌자격없다>
답변이 궁색하면 <계속하세요>
뭉개며 시간벌땐 <허허허허허>
상대말 방해할땐 <그만하세요>
양념을 지적하면 <내가안했다>
정책을 물어보면 <본부장소환>
도대체 거기 본부장이 누구요.

전날 TV 토론회에서 일자리 공약에 대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공세에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해라”고 맞받아치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이보세요”라고 했다가 설전을 벌인 문 후보를 비꼰 것이다.

이 시는 국문과 출신인 국민의당 손금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인의 부인이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후보 측 지상욱 대변인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한줄평’의 형식을 빌려 상대 후보들을 비판했다. 문 후보는 ‘감정조절장애’, 안 후보는 ‘안초딩’, 홍 후보는 ‘술 덜깬 아저씨’라고 평했다.

이에 맞서 문 후보 캠프는 정공법으로 대응했다. 민주당 선대위 송영길 총괄본부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안 후보는 소통능력이 부족한 것 같고 TV토론회에서 시청자들의 평가가 최하위”라고 평가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논란을 꺼내든 홍 후보를 향해서는 “돌아가신 분에 대해 그렇게 노골적으로 모욕을 하고 그러면 되겠습니까”라고 날을 세웠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은 ‘말(言)의 전쟁’”이라며 “매일 수십 개의 논평과 브리핑이 쏟아지는 가운데 유권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표현을 선점하느냐가 캠프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