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지지층 결집… 안철수 전략적으로 밀던 보수 표심은 동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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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17 대선 D-18/여론조사]문재인-안철수 지지율 격차 9.9%P로 벌어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간 오차 범위 내 접전 구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보수층이 ‘최종 선택’을 앞두고 고심에 빠진 결과로 보인다. 보수층 입장에선 문 후보의 ‘불안한 안보관’ 등을 이유로 안 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지했지만 안 후보 역시 보수층에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 양강(兩强) 구도 미묘한 변화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8, 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보수층의 안 후보 이탈 조짐이다. 스스로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 중 안 후보 지지율은 39.8%로 여전히 선두를 달렸지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29.0%)가 10%포인트 차까지 추격했다. 60대 이상에서도 안 후보(41.5%)에 이어 홍 후보(23.1%)가 20% 넘게 지지율을 가져갔다.

반면 문 후보의 지지율은 단단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문 후보는 민주당 정당 지지율을 줄곧 밑돌았지만 이번 조사에선 본인 지지율(40.0%)과 민주당 지지율(40.6%)이 거의 같았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의 급부상으로 양강 구도가 만들어지자 민주당 지지층이 똘똘 뭉친 결과로 풀이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거 컨설턴트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후보 지지층의 가장 외곽에 있는 보수층이 안 후보에게 믿음을 갖지 못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안 후보에게 ‘최대 호재’였던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위기감을 안 후보가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전날 안 후보는 김대중 정부 시절 햇볕정책을 두고 “공과(功過)가 있다. 100% 다 아니거나 옳은 건 없다”며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안 후보의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양대 축 간의 딜레마와 무관치 않다. 호남의 지지를 놓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TK(대구경북) 중심의 보수층도 붙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안보 이슈가 다시 부상하면서 역대 대선과 달리 보수와 진보 간 이념 대결 구도가 깨질 것이란 예측도 빗나갈 수 있다. 홍 후보가 주장한 ‘동남풍’이 서서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홍 후보는 21일 TK를 다시 공략한다. 이번 주만 두 번째 방문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TK에서 ‘안 후보를 전략적으로 밀더라도 승리가 보장되지 않을 뿐 아니라 설사 당선돼도 보수가 궤멸할 수 있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홍 후보 역시 구심력이 약해 보수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후보 단일화론’의 불씨 살아날까

지난주 문 후보 진영이 ‘문모닝(눈만 뜨면 문재인 비판)’에 맞서 ‘안모닝’으로 대대적 공세를 편 것도 안 후보 지지층이 이탈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후보 진영은 안 후보의 대표 공약인 5-5-2년 학제 개편을 두고 “천문학적 예산이 든다. ‘교육계의 4대강 사업’”이라고 공격했다. 공약 검증 대결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안 후보는 지난 2주간 지지율 수직 상승으로 단번에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었다. 이에 맞서 문 후보는 파상공세로 ‘안철수 대안론’에 제동을 걸었다. ‘장군 멍군’을 주고받은 셈인데, 대선일까지 남은 18일간의 구도 변화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지금처럼 5개 정당 후보가 각개약진에 나서면 현재 구도가 굳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반문(반문재인) 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없다면 표심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바른정당 김재경 의원은 이날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문 후보는 대통령 적격자가 아님이 명백해졌다”며 “보수 후보임을 자임하는 유, 홍 후보는 물론이고 안 후보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단일화 논의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 홍, 안 세 후보가 상대를 강하게 비판해온 데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후보 단일화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는 의구심이 크다. 다만 이 과정에서 보수층의 위기감이 다시 커지고, 안 후보가 ‘과거와 미래 프레임’으로 젊은층의 표심을 공략할 수 있다면 양강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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