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괜찮나” “오랜만이다, 미안하다” 4년만에 만나 눈물의 대화 나눈 남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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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前대통령 영장심사]박지만씨 부부, 삼성동 사저 찾아 박근혜 前대통령 법원출석前 10여분간 얘기 나눠
박근혜 前대통령, 사저 떠나며 친박 의원들에 “편안히 볼 날이 있을 것” 인사

부모 묘소 찾은 동생 30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떠나는 박 전 대통령을 삼성동 사저에서 만난 뒤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박지만(사진 오른쪽) 서향희 씨 부부가 착잡한 표정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부모 묘소 찾은 동생 30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떠나는 박 전 대통령을 삼성동 사저에서 만난 뒤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박지만(사진 오른쪽) 서향희 씨 부부가 착잡한 표정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지만 EG 회장(59)이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출발하기 직전이었다. 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은 2014년 1월 박 회장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43)가 둘째를 낳고 얼마 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다. 청와대 설명대로라면 박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만남은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식 후 4년 1개월 만이다.

박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33분경 사저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승용차를 세운 뒤 부인 서 변호사와 함께 걸어서 사저로 향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자유한국당 윤상현 유기준 의원이 박 회장 부부와 동행했다.


사저에 들어선 박 회장 부부는 건물 2층에서 10분 남짓 박 전 대통령과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친박 의원들은 자리를 비켜줬다. 의원들에 따르면 박 회장은 “누나 잘 지냈냐, 괜찮냐”고 물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오랜만이다, 미안하다”라고 답했다. 박 회장 부부를 만나고 사저를 나서는 박 전 대통령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법원으로 떠나고 약 10분 뒤 사저를 나선 박 회장도 눈시울이 붉었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를 찾은 의원들에게 “마음을 아프게 해 참 미안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법원에 청원서를 내줘서 감사하다”며 “(법원에) 가서 소명을 잘하겠다”고 말했다. 사저를 떠날 때는 “편안히 볼 날이 있을 것”이라고 인사했다.

박 회장 부부는 사저를 찾기 전 친박 의원들과 근처의 한 호텔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누님은 돈 문제에 있어 개념이 굉장히 엄격한 사람이라 자신이 뇌물을 받았다고 하는 걸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국민 시각과 괴리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저를 나선 박 회장에게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왜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이들의 말을 듣기만 한 뒤 현장을 떠났다. 박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박 회장 부부는 곧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소가 있는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오전 10시 50분경 도착한 박 회장 부부는 안수현 국립서울현충원장(57)과 인사한 뒤 묘소로 향했다. 굳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박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은 개인적인 시간을 갖게 해 달라”며 “오늘은 인터뷰에 응하고 싶지 않다”고 짧게 답했다. 묘소 앞에 나란히 선 박 회장 부부는 짧게 묵념했다. 그리고 한동안 말없이 묘소를 바라봤다. 이어 주변을 돌아보며 손으로 어루만지기도 했다.

박 회장 부부가 10분 정도 참배한 후 돌아가던 순간 김관용 경북도지사 일행이 박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았다. 박 회장은 안 원장에게 “오늘은 사람이 많은 것 같으니 별다른 인사는 하지 않고 먼저 가겠다”고 말한 뒤 서둘러 현충원을 빠져나갔다.

정동연 call@donga.com·권기범·송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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