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까지 불티… 쑥쑥 크는 ‘미세먼지 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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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공기청정기 등 매출 급증

연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휴대용 산소캔, 미나리(왼쪽부터) 등 관련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옥션 제공
연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휴대용 산소캔, 미나리(왼쪽부터) 등 관련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옥션 제공
주부 김소연 씨(38)는 26일 인터넷으로 공기청정기를 주문하려다 결국 포기했다. 모델에 따라 20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으로 ‘공기청정기계의 명품’이라고 불리는 스위스 브랜드 ‘아이큐에어’ 제품을 해외 구매 대행으로 사려 했지만 대부분 사이트에서 품절이 된 탓이다. 미세먼지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격 대비 품질이 좋다’고 소문난 20만 원대 국산 제품은 온라인 쇼핑몰마다 ‘4월 첫째 주 이후 받아볼 수 있다’는 공지가 떠 있었다. 김 씨는 “건강에 직접 영향을 주는데 아무 제품이나 사서 쓸 수도 없어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7일까지 초미세먼지 특보는 85회 발령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4회 발령됐던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많다. 이처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관련 제품 매출이 들썩이고 있다. 미세먼지 방지 기능을 앞세운 이색 제품들도 속속 등장하면서 ‘미세먼지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28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3월 1∼27일 공기청정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5% 늘었다. 옷의 먼지와 냄새를 제거하고 주름을 펴주는 의류관리기 매출은 90% 늘었다. 미세먼지 ‘특수’를 맞은 또 다른 제품은 의류건조기다. 옷을 세탁한 뒤 바깥에 너는 것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같은 기간 매출이 1200% 늘었다.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다. 현대백화점은 13일부터 독일제 공기청정기 ‘나노드론’을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 측은 “한 대에 650만 원, 필터만 30만 원에 이르는 고가 제품이지만 하루 평균 문의 전화가 30통씩 온다”고 말했다.

외출 때 착용하는 황사 마스크 수요도 늘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의 3월(1∼27일) 마스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8% 늘었다. 황사 마스크를 생산하는 유한킴벌리 측은 “올해는 아직 황사 발생이 없는데도 지난해 황사 발생 때만큼 마스크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물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를 잡는다고 알려진 식품도 덩달아 인기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이달 1∼27일 브로콜리와 미나리의 판매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34%, 68% 증가했다. 감자(5%), 당근(7%), 상추·깻잎류(36%) 등 다른 신선식품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이진영 옥션 리빙레저실장은 “브로콜리는 호흡기 질환에 좋고, 미나리는 미세먼지로 산성화된 몸을 중화시켜 주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최근 판매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기피족’들을 겨냥해 미세먼지 방지 기능을 앞세운 아이디어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콧구멍 속에 필터를 끼워 마스크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코 마스크’, 창문에 붙이면 실내로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걸러 준다는 ‘미세먼지 창문필터’ 등이다.

화장품 업체들도 ‘미세먼지 마케팅’에 나섰다. 머드팩 성분으로 세안 때 미세먼지를 흡착해 내거나, 피부를 보송하고 매끈하게 만들어 먼지가 덜 달라붙도록 하는 기능을 앞세운 제품이 많다. 에이블C&C가 ‘미샤’에서 내놓은 ‘니어스킨 더스트리스’ 라인은 3월(1∼27일) 매출이 전월 같은 기간 대비 2.8배 늘었다. 미샤 관계자는 “마스크를 쓰더라도 얼굴 피부는 공기 중에 그대로 노출되는 만큼 미세먼지 방어 기능이 있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부)는 “미세먼지라는 기존에 없던 이슈가 부각되며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건강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다른 소비는 줄이더라도 미세먼지 관련 제품의 소비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박은서 기자
#미세먼지#유통#공기청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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