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저 떠나면 유가족들 너무 허전할까봐…” 농장일-서울 직장생활 그만두고 자원봉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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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을 지킨 사람들

“만일 미수습자가 발견되면 이곳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그때처럼 모든 것을 다시 해야죠.”

박일도 안산제일장례식장 대표(62)는 2014년 봄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당시 안산제일장례식장에서는 희생자 50여 명의 장례식이 진행됐다. 그는 모두가 애통한 가운데 혼자 돈 버는 게 싫어 수익금 5000만 원을 단원고에 기부했다. 침몰 1072일 만에 세월호가 인양된 23일 박 대표는 “오늘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장례 문제를) 물어왔다”며 “그동안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미수습자가 돌아오면) 3년 전처럼 잘 모시고 싶다”고 했다.

박 대표처럼 세월호 인양을 학수고대하던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은 1073일 동안 미수습자 가족을 위로하고 희생자를 기리며 세월호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나타내길 바랐다.

○ 함께한 3년의 기다림

전남 진도군 의신면에서 10년째 약초농장을 하는 장길환 씨(53)는 참사 후 1년간 유가족이 머문 진도체육관에 살면서 자원봉사를 했다. 유가족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고 눈물이 날 때는 부둥켜안고 울었다. 과로로 쓰러져 의료진이 자원봉사 중단을 권유했지만 ‘안 계셔서 허전하다’는 유가족들의 말을 듣고 다시 진도체육관으로 달려갔다. 이후에도 매달 서너 번 이상 팽목항을 찾아 미수습자 가족을 도왔다.

세월호 참사 때 많은 승객을 구했던 진도 어민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김영서 진도군 수산단체연합회장(60)은 “미수습자들이 하루빨리 유가족 품으로 돌아가기를 3년간 기원했다”고 말했다. 허은무 진도군 세월호사고수습지원과장(58)은 3년간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어민 간의 갈등 해결을 도맡았다. 최근에는 진도군 조도면 어민들이 세월호 인양 때 발생할 수 있는 기름 유출로 미역어장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하는 것을 달래기도 했다. 허 과장은 “세월호 참사 대책을 처음 맡아 시작한 만큼 마지막 인양 마무리까지 꼭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진도군 세월호사고수습지원과는 한시 기구로 올 6월 해체된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김성환 씨(40)는 본인도 세월호 참사 때 조카를 잃었지만 지금까지 3년간 팽목항에 계속 머물며 미수습자 가족의 생활을 세심히 보살폈다.

○ 유족들 “이제 미안함 덜 수 있을까”

이날 오전 8시경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내자 맹골수도 위의 한 배에서 “아…” 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진도군 서망항을 떠나 50분가량 뱃길을 달리는 내내 담배를 7개비나 태운 ‘유민 아빠’ 김영오 씨(50)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2014년 4월 16일처럼 마음이 시리다.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며 안타까워했다. 고 이재욱 군(단원고)의 어머니 홍영미 씨(48)는 미수습자들의 귀환을 ‘마지막 숙제’라고 했다. 홍 씨는 “반신반의했던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고무적이다”며 “풀리지 않았던 문제의 실마리가 보인 만큼 부디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간절함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회의 전태호 위원장(42)도 이날 선체 인양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사고해역으로 달려갔다. 전 위원장은 “3년 만에 인양되는 세월호를 보니 허망하고 착잡하다. 좀 더 빨리 미수습자를 찾을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진도=이형주 peneye09@donga.com / 인천=박희제 / 안산=김배중 기자
#세월호#미수습자#팽목항#자원봉사#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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