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족 vs 흙수저… 한세대만에 딴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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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족’ 등장 25년… 新語 분석
1990년대 부정적 의미 단어 52%… 불황 그림자 짙어진 2010년대, n포세대 등 비관적 표현 71%차지

‘오렌지족’부터 ‘된장녀’를 거쳐 ‘흙수저’까지.

1992년 방탕한 소비문화에 빠진 젊은이들을 일컬었던 ‘오렌지족’이 등장한 지 올해로 25주년이다. 동아일보가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오렌지족 이후 2016년까지 사람(혹은 세대)을 지칭하는 주요 신어(新語) 211개를 분석한 결과 21세기에 들어 점점 공격적이고 비관적인 경향이 뚜렷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어는 수만 개에 이르지만 △포털사이트 시사용어집이나 오픈사전에 등재됐고 △언론매체에서 최소 10회 이상 사용했던 단어들을 뽑았다.

조사 기간인 1992∼2016년을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로 나눌 경우 90년대는 부정적 신어(52%)와 긍정적·가치중립적 신어(48%) 비율이 엇비슷했다. 하지만 2000년대는 부정적인 비율이 62%, 2010년대 이후엔 70.5%로 급격히 높아졌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로 신어를 생산하는 주체인 청년세력이 스스로는 물론이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만큼 절망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똑같은 상황을 지칭하는 신어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거칠어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대표적 사례가 미용을 위해 성형수술을 받은 이들을 조롱하는 표현들이다. 90년대 말 등장한 ‘성형미인’은 2000년대 ‘성형중독녀(남)’로 바뀌더니 2010년대 전후에는 ‘성괴(성형괴물)’란 표현까지 나왔다.

경제 상황과 연관된 신어들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90년대엔 4개에 머물렀으나 2000년대 13개, 2010년대 16개로 증가했다. 무엇보다 2000년대만 해도 부정적 신어가 6개(46.2%)로 균형을 이뤘으나 2010년대는 ‘n포세대’ ‘흙수저’ 등 부정적 신어가 15개(93.8%)로 훨씬 많았다. 권상희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도 먹고사는 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에 불황이나 취업난 등에 대한 시대적 절망, 불안이 깊숙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정양환 ray@donga.com·유원모·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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