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모든 대북 옵션 검토… 中, 北에 핵포기 압력 가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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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對北-對中 강공’ 본격화

틸러슨 “한미동맹, 亞 평화의 핵심축”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 미국의 동맹은 한반도,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의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틸러슨 “한미동맹, 亞 평화의 핵심축”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 미국의 동맹은 한반도,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의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한반도 문제를 놓고 일제히 중국을 비난한 것은 18일 틸러슨 장관의 중국 방문과 다음 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정치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 “북핵 해결 위해 중국 움직여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수년 동안 미국을 가지고 놀았다”는 직설적인 표현을 통해 미국이 더 이상 평양의 놀림거리가 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렇게 놓아둔 중국에 대해서도 “도와준 것이 없다”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거듭된 북한의 도발에도 트위터 글을 자제하면서 그 나름의 신중 모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날 방중을 하루 앞둔 틸러슨 장관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선언한 직후 강경한 표현으로 원격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틸러슨 장관은 기업가 출신답게 ‘딜(deal)’의 조건을 명확히 제시했다. 북한을 향해선 “핵무기를 포기해야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고, 중국을 향해선 “이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통해 (북핵) 위협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군사적인 조치가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의 우선순위라기보다 대북 제재 성공의 열쇠인 중국의 행동을 압박하는 카드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최고 수준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이 강도 높은 양자 및 다자 차원의 대북 제재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또 “중국도 유엔 안보리 제재 조치에 찬성했고, 이를 시행해야 한다”고 압박하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은 윤 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이 더 이상, 북한을 전략적인 자산으로 보면 안 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날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등 중국 압박 수단이 직접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배석자가 전했다.

○ “중국 사드 보복 안 돼”


미국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중단도 강력히 요구했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이 이러한 행동을 자제하고 사드 배치가 필요하게 만드는 북핵 위협에 대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18일 열릴 미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논의될 것이냐는 질문에 “북한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그 외 국가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을 (중국에) 얘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틸러슨 장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예방했다. 양측은 사드 배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순수한 방어적 조치로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하고, 최근 중국 측의 조치들은 불공정하고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국무총리실이 전했다. 이날 면담은 오후 4시부터 4시 30분까지 진행될 계획이었지만 황 권한대행이 틸러슨 장관에게 “사드 보복 조치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한국 측 입장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예정보다 20분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틸러슨 장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등 한미 간의 민감한 사안은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중국과 이에 반대하는 미국 정부 간의 신경전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틸러슨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 추진 조건인 북한의 태도 변화 여부에 대해 “저 멀리 지평선에도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장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시종일관 6자회담이 한반도 사안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플랫폼이라고 보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한기재 기자
#틸러슨#대북#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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