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민 선물인줄 알았는데… 박근혜 前대통령의 진돗개는 ‘취임준비위 작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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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롬이-희망이 둘러싼 진실

2013년 진돗개 받고 함박웃음… 2015년 낳은 새끼 5마리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2월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를 떠나며 주민들에게 선물 받은 진돗개를 안고 활짝 웃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탄절 메시지를 전하며 선물 받은 진돗개가 낳은 새끼 5마리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아래 사진). 
뉴시스·동아일보DB
2013년 진돗개 받고 함박웃음… 2015년 낳은 새끼 5마리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2월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를 떠나며 주민들에게 선물 받은 진돗개를 안고 활짝 웃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탄절 메시지를 전하며 선물 받은 진돗개가 낳은 새끼 5마리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아래 사진). 뉴시스·동아일보DB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들어갔다. 이날 진돗개 2마리도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른바 ‘퍼스트 도그(dog)’였다. 박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이웃들이 취임을 축하하며 선물한 생후 2개월짜리 강아지들이다. 자택 앞 골목에서 진돗개를 안고 밝게 웃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대부분 언론에 보도됐다. 당시 국민들은 진돗개가 혼자 관저에 있을 대통령의 든든한 ‘가족’이 되길 바랐다. 또 영남 출신 대통령이 호남 출신 진돗개와 잘 지내면서 나름의 국민통합 메시지를 전하길 희망했다.


○ ‘진돗개 선물 작전’


많은 국민을 훈훈하게 했던 이 모습은 알고 보니 잘 만들어진 ‘기획 상품’이었다. 당시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관계자의 부탁을 받은 한 주민이 진돗개를 선물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6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당시 위원회 내부에서는 “호남 출신 주민이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진돗개를 영남 출신 대통령에게 선물하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위원회 관계자는 호남 출신 주민 A 씨에게 이런 뜻을 알리고 진돗개 선물을 부탁했다. A 씨는 “나도 국민 통합을 바란다”며 동참했다.

진돗개를 구하는 일도 A 씨 몫이었다. 위원회가 진돗개까지 구입해서 주면 나중에 말이 나올까 봐 염려한 포석으로 보인다. A 씨는 진도에 사는 지인을 통해 생후 2개월 된 진돗개 암수 한 쌍을 구했다. 비용도 A 씨가 냈다. 취임식 날 오전 진돗개를 박 전 대통령 자택으로 가져갈 때는 강남구의 간부가 도와줬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주민들께서 선물로 주셨다’고 말했지만 정확히 하면 ‘위원회의 부탁을 받아 주민들께서 선물로 주셨다’라는 표현이 맞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2013년 3월 ‘새로운 희망’이라는 뜻을 담아 진돗개 암컷에게는 ‘새롬이’, 수컷에게는 ‘희망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그해 4월에는 동물등록제에 따라 정식으로 등록했다. 동물등록증에는 소유자 ‘박근혜’, 주소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로1’로 기재됐다.

새롬이와 희망이는 박 전 대통령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줬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출퇴근할 때마다 나와서 반겨준다”며 이들의 소식을 자주 전했다. 청와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인 ‘청와대스토리’ 첫 게시물의 주인공도 새롬이와 희망이였다.

그러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새롬이와 희망이 작명을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사실상 주도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특검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이 작성한 ‘진돗개.hwp’라는 문서파일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름을 지으려고 최 씨에게 의견을 구한 사실을 확인했다.

○ 새롬이 희망이는 버려졌나?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퍼스트 도그는 다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12일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하면서 진돗개를 청와대에 남기고 갔기 때문이다. 새롬이와 희망이, 그리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7마리다.

앞서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13일 동물보호법상 ‘소유자 등은 동물을 유기하여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 위배된다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고발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진돗개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입양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청와대에 요청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상 소유자가 바뀌는 등 변경 사유가 있으면 발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신고하면 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새롬이, 희망이와 새끼 2마리는 ‘한국진도개혈통보존협회’ 등으로 옮겨졌다. 나머지 5마리는 분양을 준비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진돗개 혈통을 잘 보존하고 관리해 달라’며 경호실 관저부에 지시하고 떠났다. 이런 결정이 난 후 동물보호단체에서 연락이 와서 그쪽에 입양 보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아직 관저에 남은 진돗개는 직원들이 잘 보살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박소연 케어 대표는 “자칫 퍼스트 도그라는 이름 아래 상업적으로 분양될 수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은 진돗개를 이미지 메이킹에 이용만 하고 결국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한국 진도개혈통보존협회 관계자는 “광주에 있는 종견장에서 키울 뿐 다른 데로 분양하지 않겠다”며 “평소 청와대에 들어가 진돗개의 건강상태를 확인했기 때문에 우리가 맡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돗개를 선물한 A 씨는 “박 전 대통령 처지도 이해하지만 자택으로 올 때 진돗개를 데려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우경임·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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