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끝장TV토론 도입해 철저 검증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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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형식적 토론 내실화해야”


대통령의 쌍방소통 능력과 대화 의지, 순발력과 공감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는 대선후보 TV토론회다. 하지만 국내에서 진행돼 온 대선후보 TV토론회는 후보자들이 자신의 공약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급급한 형식적인 토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너무 많은 후보자가 참여하는 데다 후보자들끼리의 자유토론을 제한하는 경직된 토론 방식 탓이다.

특히 5월 9일로 예상되는 이번 대선은 두 달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빡빡한 일정으로 치러지는 만큼 후보 검증 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TV토론회를 내실화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후보자 간 ‘끝장토론’ 방식을 도입해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역량을 직접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대선후보 TV토론회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7년 15대 대선이었다. 이후 TV토론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선두주자였던 이회창 후보를 제치고 당선되는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갈수록 지지율에서 앞서 있는 후보들이 TV토론회를 기피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15대 대선 때에는 공식 토론회 3회를 포함해 총 57회의 TV토론회가 열렸지만 16대 대선에서는 27차례, 17대 대선에서는 11차례로 줄었다. 그 대신 주요 대선 후보들은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후보 한 명만 나와 대담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토론 방식 역시 후보들의 역량과 자질을 검증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 한 달 전부터 선거일 전까지 3차례 열리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공식 토론회는 기조연설, 공통질문, 상호토론 순으로 진행된다. 공통질문은 사회자가 묻고 후보자가 자신의 의견을 쭉 말하는 방식이다. 그나마 상호토론을 통해 후보자들끼리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답변 시간이 1분 30초에서 3분 정도에 그쳐 제대로 검증을 하기는 어렵다.

토론에 참여하는 후보가 너무 많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국회에 5인 이상 의원이 있는 정당의 추천 후보자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7대 대선 TV토론에는 6명의 후보가 참여해 토론 시간을 배분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미국은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구성하거나 지지율이 15% 이상인 후보만 TV토론에 참여하도록 한다. 토론 방식 역시 90분간 양자토론을 허용해 유력 후보 간 ‘끝장토론’을 유도한다. 3차례의 공식 토론회 중 1차례는 일반 유권자가 직접 참여해 후보들에게 질문할 수 있도록 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2년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2차 타운홀 미팅에서는 참석자들이 일자리, 감세 정책 등 유권자의 실생활과 관련된 질문을 직접 후보들에게 던졌다. 두 후보는 상대편의 답변 도중 끼어들어 비판하는 등 격렬한 공방을 벌여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전문성과 소통 능력을 검증하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미국처럼 무차별적 토론이 이뤄지도록 토론회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토론 주제는 가이드를 주더라도 후보들끼리 자유토론을 하도록 하고 일반 국민의 참여를 확대해 역량과 정책 검증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 기자
#대선후보#토론#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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