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의 촛불 선동…朴의 헌재결정 지연작전이 빌미 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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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당초 2월 말, 또는 3월 초 탄핵 결정이 날 것이라는 예상이 불투명하게 됐다”며 “촛불 시민들도 촛불을 더 높이 들어서 반드시 탄핵이 관철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헌법재판소 앞까지 찾아가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을 완성하지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며 2월 중 탄핵 결정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헌재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 측 증인 8명을 추가로 채택하면서 야당이 기대한 ‘이달 말까지 선고’가 물 건너가자 노골적인 헌재 압박에 나선 것이다.

헌재는 어제 11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17명 중 이미 증인으로 출석했던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을 포함해 8명을 추가 했다. 증인신문도 세 차례 더 늘려 이달 22일까지 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헌재가 이달 내에 최종 변론 기일을 잡으면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퇴임(3월 13일) 전에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도 변론 종결 2주 뒤에 헌재 결정이 나왔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의 무리한 헌재 압박은 촛불의 동력이 떨어지면서 지지율이 정체되자 선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동에 빌미를 준 것은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 측 증인은 헌재에 집단 불출석하다가 17명이나 되는 ‘증인폭탄’을 던지면서 노골적으로 탄핵 여부 결정 지연작전을 펴고 있다. 변호인 집단 사퇴나 추가 증인 요청, 그간 두 차례 헌재의 출석 요구를 거부했던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 출석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끌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판 기간이 길어질수록 박 대통령에게 유리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페이스북에 “헌재는 탄핵 일정을 늦추려는 박 대통령 측의 꼼수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공정하고 신속한 심리를 통해 적시에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헌재의 전권이다. 헌재가 광장의 ‘촛불’과 ‘태극기’에 휘둘리지 말고 헌법과 법률, 법관의 양심에 따라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정치권도, 국민도 도와야 한다.

박한철 전 소장에 이어 이정미 재판관이 3월 퇴임하면 헌재는 7인 체제 운영이 불가피해진다. 탄핵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 찬성해야 하는데 7인 체제에선 2명만 반대해도 기각된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지명 케이스인 이 재판관 후임 지명절차를 서둘러야 한다. 이 재판관 후임 지명이 자칫 탄핵 여부 결정을 늦추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7명으로 구성된 헌재는 정상이 아니다. 헌재는 탄핵 심판 결정 이후에도 영속해야 하는 헌법기관이다.
#문재인#박근혜#대통령 탄핵#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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