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4자-3자-양자대결 모두 40%대 우위… 갈곳 잃은 보수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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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선택의 해 2차 여론조사]반기문 퇴장후 달라진 대선지형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조기 퇴장’은 차기 대선 지형을 순식간에 뒤흔들어 놓았다. ‘차차기 프레임’에 갇혀 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항마로 끌어올린 반면 유력 주자가 사라진 보수층은 뿔뿔이 흩어지거나 투표 참여 의욕 자체를 잃고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경선 자체가 본선이었다면 10년 만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경선 자체가 본선에 준하는 관심을 모을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 10년 만에 완전히 뒤바뀐 대선 지형

 동아일보 신년 여론조사(지난해 12월 28∼30일 조사) 당시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18.1%였다. 1일 불출마를 선언한 반 전 총장의 지지층은 여러 후보에게로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 2, 3일 실시한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 문 전 대표는 한 달 전과 비교해 6.0%포인트, 안 지사는 9.3%포인트 지지율이 뛰었다. 보수 진영 후보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5.6%포인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1.6%포인트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반 전 총장이 보수 진영 후보로 꼽혔음에도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 상승폭이 더 크다는 점이다. 이대로 대선이 치러진다면 정권교체는 상수(常數)인 셈이다. 이런 결과는 상당수 보수층의 ‘자포자기 심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년 조사 당시 반 전 총장은 보수층에서 41.2%,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자 중 36.9%의 지지를 받았다. 반면 보수 진영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황 권한대행은 이번 조사에서 보수층의 38.1%, 박 대통령 투표자의 24.7%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그 대신 보수층의 10.9%는 문 전 대표를, 10.1%는 안 지사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황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보수층 10명 중 2명이 정권교체 쪽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보수층의 투표 참여 의욕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신년 조사 당시 ‘지지 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보수층의 16.2%, 박 대통령 투표자의 23.2%였다. 반면 이번 조사에선 보수층의 25.0%, 박 대통령 투표자의 37.1%가 지지 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보수 지지층 10명 가운데 3, 4명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 전 대표, 안 지사,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의 지지율 합계(48.6%)가 황 권한대행과 유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지지율 합계(13.9%)보다 3배 이상 높은 이유다.

 다만 일각에선 보수층이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않아 야권 후보 지지율에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른바 ‘숨은 보수층’이 투표 때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자는 36.8%, 문 전 대표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자는 37.5%였다. 2012년에 박 대통령은 전체 유권자의 약 39%, 문 전 대표는 약 36%의 지지를 받아 ‘숨은 보수층’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수치 차이가 현 상황을 뒤집을 정도로 커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 정권교체론 대신 세대교체론 힘 받나

 정권교체 프레임이 올해 대선의 전초전에서 압승을 거뒀다는 점은 가상대결 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4자, 3자, 양자 대결 등 모든 가상대결에서 문 전 대표는 4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특히 문 전 대표와 황 권한대행 간 양자 대결에선 △문 전 대표 51.6% △황 권한대행 23.1%로 두 배 이상 높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문 전 대표의 높은 지지율이 문 전 대표 ‘개인 지지율’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문 전 대표와 황 권한대행,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간 3자 대결 시 지지율은 각각 42.3%, 18.4%, 17.7%였다. 문 전 대표 대신 안 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나서 3자 대결을 펼친다고 가정했을 때도 △안 지사 40.1% △안 전 대표 18.6% △황 권한대행 17.3%였다. 문 전 대표(42.3%)와 안 지사(40.1%)의 지지율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런 결과는 문 전 대표 개인에 대한 기대보다 정권교체 자체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문재인 대세론’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야권 지지층에서 봤을 때 안 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정권교체 자체가 위협받진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3자 대결 구도에서 보수층 지지율은 안 지사가 24.6%로 문 전 대표(18.0%)를 앞섰다. 구심점을 잃은 보수 진영까지 끌어와 정권교체를 하기에는 안 지사가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안 지사의 ‘세대교체론’ ‘시대교체론’이 반 전 총장의 중도하차로 뜻밖의 반사이익을 보게 된 셈이다.

 야권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진 대선 지형은 역대 대선마다 막판 변수로 떠오른 후보 단일화 주장에 힘을 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원사이드게임을 펼치면서 야권 진영에선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이인제(당시 민주당) 후보가 모두 완주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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