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反이민 찬반’으로 두동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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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올랑드 등 트럼프정책 비판… 극우 정치인들 “합리적 논리” 옹호
中-러 “美 국내 문제” 언급 자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도 분열시키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이들 국가의 우파 지도자들은 트럼프 정책을 열렬히 옹호하고 나섰다.

 31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우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 부대표는 “트럼프가 잘하고 있다”며 “입국 금지는 합리적인 논리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트럼프 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과 정반대 주장을 편 것이다. 메르켈 총리가 소속돼 있는 기독민주당의 자매당인 기독사회당 당수 호르스트 제호퍼 바이에른 주(州) 총리 역시 트럼프 정책에 찬사를 보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총리와 달리 공화당 소속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는 “무슬림의 프랑스 정착이 끝날 때까지 무슬림 사상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밝혀 트럼프 정책과 결을 같이했다.

 이탈리아 우파 북부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이슬람으로부터) 침공이 진행 중이다. (이민을) 막는 게 필요하다”며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대응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젤리노 알파노 외교부 장관은 “(난민에게) 장벽을 세우고 난민 위기에 형편없이 대응해온 유럽연합(EU)이 트럼프에게 뭐라 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마르코 미니티 내무부 장관은 “이민과 테러리즘을 동일시하는 건 잘못됐고 위험하다”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네덜란드 극우 정당인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나도 (트럼프와) 똑같이 할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이슬람 국가들이 (입국) 금지 국가에 추가되기를 바란다”는 주장까지 했다.

 반면 EU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책임자인 기 베르호프스타트 전 벨기에 총리는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슬람국가(IS)와 함께 유럽에 대한 3대 위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은 가벼운 수준의 논평만 내놓으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1일 “중국 외교부가 ‘이민정책 조정은 주권 사항이다. 동시에 이런 조치는 관련국들의 합리적인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 입국 금지 국가에 포함된 이란, 수단과 긴밀한 관계지만 1000만 무슬림 인구의 신장위구르 지역이 이슬람 과격분자 문제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기자들에게 “(행정명령은) 우리 일이 아니며 미국 국내 문제”라고 답했다. 극단적 반미정책을 펴다가 트럼프 당선 이후 모호한 입장으로 돌아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행정명령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며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필리핀인들에게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반이민정책#프랑스#올랑드#독일#메르켈#비판#러시아#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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