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 ‘白旗’ 들었던 기업들, 이번엔 ‘反旗’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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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이어 월가도 반발 “이민제한 행정명령 지지 안한다”
‘親트럼프’ 골드만삭스 앞장서 비판
이란 레슬링 선수단 초청중단 등 스포츠계도 곳곳서 ‘反이민 불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압박에 백기(白旗) 투항했던 대기업들이 그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대해선 반기(反旗)를 들고 나섰다. 이런 기류는 문화예술 및 스포츠계 등 다방면에서 확산되고 있다.

 미국 3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포드의 빌 포드 회장과 마크 필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 공동성명을 내고 “모든 사람에 대한 존경은 포드의 핵심 가치”라며 “이런 가치에 반대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마크 루스 총괄부사장도 이날 한 행사장에서 행정명령에 대한 질문을 받고 “GM은 글로벌 회사”라며 반감을 드러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월가에선 ‘가장 친(親)트럼프 기업’이란 평가를 받던 골드만삭스가 가장 먼저 반기를 들었다. 이 회사의 로이드 블랭크파인 CEO는 “다양성은 골드만삭스의 성공을 불러온 대표적 특성”이라며 “행정명령은 우리가 지지하는 정책이 아니며 이미 연방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성명을 사내에 돌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관련 요직엔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골드만삭스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다. 블랙록, 씨티그룹, 마스터카드, JP모건체이스 등 다른 월가 금융기관들도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우려 또는 비판의 뜻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가장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거액의 후원금을 조성하거나 난민 고용을 약속하는 조직적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이민 행정명령에 맞서 400만 달러 규모의 난민 구호자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구글은 지난달 30일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본사에서 임직원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인도 출신인 순다르 피차이 CEO는 “(반이민 행정명령 이슈는) 우리 회사 설립의 근간에 관한 문제”라며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우버 에어비앤비 테슬라 등도 해당 직원에 대한 적극적 보호를 다짐하고 나섰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향후 5년간 세계 75개국에서 난민 1만 명을 고용할 계획이고, 미국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프로농구협회(NBA)가 ‘행정명령 대상에 프로농구 선수들도 포함되는지’에 대한 설명과 지침을 요구하는 서한을 국무부에 보내는 등 스포츠계로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입국 금지 대상 7개국 중 하나인 이란의 맞불 조치 때문에 이란 프로농구 리그에서 뛰는 미국인 선수 2명이 이란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고, 반대로 미국 내 국제레슬링대회 등에 이란 선수단 등의 초청도 중단된 상태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인 마이클 브래들리는 트위터에 “대통령 트럼프는 대선 후보 트럼프와는 다를 것으로 생각했으나 잘못 생각했다”며 “슬프고 당황스럽다”고 글을 올렸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도 지난달 30일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이 과학자들에게 미칠 영향’이란 글을 게시하며 공개적으로 과학계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29일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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