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방위상, 진주만 추도하고 돌아와 전범 참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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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습 가해자 합사한 야스쿠니 찾아… 현직 방위상으론 처음… 한-중 반발
우리 정부, 日공사-무관 불러 항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하와이 진주만 방문에 동행했던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사진) 일본 방위상이 귀국 다음 날인 29일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찾아 전격 참배했다. 아베 정권의 핵심 각료가 미국 앞에선 고개를 숙인 뒤 귀국하자마자 극우 성향을 드러낸 것은 진주만 방문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다. 특히 일본의 국방 정책을 다루는 현직 방위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나다 방위상은 이날 오전 7시 55분경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세계평화 구축을 위해 참배했다”라며 “(방명록에) 방위대신(방위상) 이나다 도모미라고 적었다”라고 말했다. 방위상 자격으로 참배했음을 명백히 한 것이다.

 그는 한국 중국 등의 반발에 대해선 “어떠한 역사관을 가져도, 어떠한 적, 혹은 아군이더라도, 어떤 국가라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 대해 감사와 경의, 추도의 뜻을 표하는 것은 이해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과 입장 자료를 내고 “한일 관계 개선 노력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비판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일본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 식민 침탈과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또 마루야마 고헤이(丸山浩平)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대리(공사)와 다카하시 히데아키(高橋秀彰) 주한 일본 국방무관(해군 대령)을 각각 불러 항의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진주만에 대한 ‘화해의 방문’이란 것이 한낱 ‘풍자’였다는 것을 보여 준다”라며 “엄정히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람은 신의가 없으면 바로 설 수 없고 국가 역시 신의가 없으면 쇠락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미래 지향적 공동 대응을 위해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는데 일본은 과거를 들춰 내는 도발 행위를 했다”라고 비판했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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