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봉변 사건’ 진보진영에 부메랑… “트럼프 도와준 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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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가들 “천박한 짓” 비판

 “849달러(약 100만 원)에 이르는 티켓 값을 지불할 여력이 있는, 부유하지만 현실 감각 없는 맨해튼 진보주의자들이 펜스(공화당 부통령 당선인)를 향해 야유를 보낸다면 미국인들을 트럼프 편으로 만들도록 도와주는 셈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대통령연설비서관을 지낸 마크 티센은 21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해밀턴 게이트’에 대해 “많은 사람이 역겨움에 고개를 젓고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해밀턴 게이트란 18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이 맨해튼의 인기 뮤지컬 ‘해밀턴’을 보러 갔다가 관객들로부터 야유를 받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출연진이 “미국의 다양성 가치를 지켜 달라”는 성명서를 낭독하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던 사건을 지칭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진은 사과하라”고 요구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당시 성명서를 읽은 주연 배우 브랜던 빅터 딕슨은 21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예술은 의식을 깨우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트럼프도 환영한다. 사과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평론가들은 “진보주의자들의 현실과의 단절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이번 사건의 잠정적인 승리자가 트럼프라고 입을 모았다.

 같은 부시 행정부에서 연설비서관을 지낸 윌리엄 맥건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를 비판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그렇게 비판하던 편협함을 직접 드러내고 있다”며 “물론 출연진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자유롭게 말할 권리가 있지만 (성명서 낭독은) 지나친 자화자찬이고 천박해 보이기까지 했다”고 꼬집었다.

 WP 칼럼니스트 캐서린 램펠은 유색 인종 배우들이 미국의 건국 아버지 역을 맡는 뮤지컬 ‘해밀턴’의 내용 자체가 이민자 공포증에 시달리는 트럼프 지지자 사이에서 이번 사건의 정치적 파장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램펠은 “불의를 지적하다가 오히려 이를 강화시킬 수 있다”며 성명서 낭독과 관객의 야유가 많은 사람들의 반감을 사 역설적으로 트럼프 진영의 강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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