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영수회담 하되 탄핵 준비도 병행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00시 00분


코멘트

 새누리당 전체 의원 129명 중 101명에 대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 39명이 하야 또는 탄핵에 찬성했다고 국민일보가 어제 보도했다. 탄핵 절차 돌입에 찬성하거나 2선 후퇴를 주장한 의원은 29명이다. 야당 또는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이 171명이므로 여당에서 29명만 찬성표를 던져도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인 200명(재적의원 3분의 2)을 채울 수 있는데 그 이상이 될 수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이 만든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만도 42명이다.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정신 박힌 정치인이라면 탄핵에 동참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까지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어제 대표회담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공동 목표로 삼고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으나 시각차 때문에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탄핵 추진은 논외였다. 박 대통령이 차관들을 잇따라 임명하는 등 ‘국정 장악’에 나선 형국임에도 국회가 정치적 해법도, 법적·제도적 해법도 내놓지 못한 채 그저 ‘길거리 해법’이나 쫓아가는 것은 무책임하다.

 청와대가 헌법을 앞세우며 ‘질서 있는 후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헌법에 따른 탄핵 절차로 대통령을 압박하는 것이다. 헌법학자들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력을 최순실 같은 사인(私人)에게 넘겨 사유화하게 한 ‘대통령 권한 양도’는 국민주권주의를 규정한 헌법 1조의 심대한 위반이라고 본다. 검찰과 특검 공소장에도 대통령의 법률 위반 사실이 명기될 것이 확실한 터에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을 우려하는 것도 단견이다.

 내년 1월 말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만료되지만 국회 발의에서 헌재 결정까지 고작 66일 걸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례를 볼 때 박 소장 임기 만료 전에 끝낼 수도 있다. 더 걸려도 탄핵소추 이후 대통령권한대행을 맡을 야당 추천 총리가 헌법재판관 후보를 새로 지명하면 된다. 늦어도 내년 3월까지 탄핵 결정이 나오면 5월까지 차기 대선을 치를 수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말한 ‘내년 상반기에는 새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일정과 다르지 않다.

 야권은 탄핵 절차를 밟는 것과 동시에 유능하고 신망 있는 총리 후보 추천에 서둘러 합의하기 바란다. 그 이후 영수회담을 하는 것이 좋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다면 영수회담을 먼저 해 대통령이 총리에게 구체적으로 이양할 권한이 무엇인지 들은 뒤 총리를 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야권은 퇴진을 거부하고 버티는 대통령을 향해 아무런 대안도 없이 ‘무조건 퇴진’만 부르짖는 것이 오히려 임기를 연장시키고 정국 혼란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탄핵#헌법#청와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