分黨위기인데 “1월에 全大”… 이정현, 반기문만 기다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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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민심에 응답하라/갈피 못잡는 여권]‘한지붕 두가족’ 치닫는 새누리

새누리당 비박 진영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 온 이정현 대표가 13일 긴급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새누리당 비박 진영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 온 이정현 대표가 13일 긴급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3일 ‘내년 1월 조기 전당대회’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비주류 진영에선 “당을 해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슨 조기 전당대회냐. 촛불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무성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헌법 절차에 따라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당내 대선주자들까지 박 대통령과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상황인 만큼 결국 분당(分黨) 수순만 남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 비주류 91명 비상시국회의서 “당 해체해야”

 이날 오후 당 원내외 인사 91명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국민 분노에 대한 모든 책임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있다”며 “건강한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지금 새누리당으로는 안 된다. 책임을 지고 당 해체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어 국정 정상화를 위한 거국중립내각 구성의 전제 조건으로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국회의에는 김 전 대표, 유승민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비주류 측 대선주자들이 총집결했다. 그동안 당 공식 회의에만 나오겠다던 유 의원도 이날은 참석해 “당 지도부가 이렇게 버티는 게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통령도, 당도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사실상 대통령의 책임을 인정하고 당이 앞장서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원 지사는 “(비리의) 몸통은 대통령”이라며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비주류가 비상시국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이정현 지도부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별도의 회의체로 당을 끌고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 친박, 내년 1월 21일 전당대회 내세운 이유는?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1월 21일 조기 전대를 열기로 의결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 직후 “여야 협의를 거쳐 새 국무총리가 임명되고 거국중립내각이 출범하는 즉시 일정과 상관없이 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대선주자도 당 대표에 나설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야권은 현 친박(친박근혜) 지도부와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현 지도부가 유지되는 한 거국내각 구성을 위한 여야 협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거국내각이 출범하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당장 비주류 측에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꼼수”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친박계 지도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내년 초 귀국을 의식해 전대 날짜를 1월 말로 잡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누구(반 총장)를 염두에 두는 걸 떠나 선대위 출범이나 (내년) 보궐선거 등을 감안한 것”이라면서도 “(반 총장은) 본인 선택의 문제일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이날 이준석 전 비대위원 등 원외 당협위원장 4명은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단식 밤샘 농성을 시작했다.

 당장 14일부터 새누리당은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현 지도부가 정기적으로 여는 최고위원회의와 별도로 ‘질서 있는 국정 수습을 위한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당 수습 로드맵은 나와 상의한 바 없다”며 “당내 상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당분간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위한 야당과의 대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송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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