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수습 메시지 급한데… 종교계에 ‘邪敎’ 해명한 朴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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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정국]추가해법 없는 靑
가톨릭-개신교와 40분씩 대화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오른쪽)와 명성교회 원로 김삼환 목사를 만나 국정 수습을 위한 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오른쪽)와 명성교회 원로 김삼환 목사를 만나 국정 수습을 위한 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7일 가톨릭과 개신교 원로들을 만난 것은 종교계와의 소통을 통해 ‘최순실 사태’로 악화된 민심을 추스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사교(邪敎·사이비종교)에 빠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종교계의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국 수습을 위한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시급한 상황인데도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거취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 청와대가 ‘책임총리제’ ‘2선 후퇴’에 대해 야당과 다른 견해를 밝히면서 수습 방안을 둘러싼 혼선은 가중되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염수정 추기경과 김장환 김삼환 목사를 각각 40여 분간 만났다. 청와대는 정진석 추기경, 김희중 대주교에게도 만나자는 의사를 전했으나 정 추기경은 건강상 이유로, 김 대주교는 해외 체류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김장환 목사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해 순종하라’는 의미를 담은 성경 로마서 12장을 읽었다고 한다. ‘민심을 잘 읽고 따르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김 목사는 박 대통령에게 “죽으면 산다”며 자신을 내려놓으라는 취지의 얘기도 했다고 한다. 김삼환 목사는 “충심으로 직언해줄 사람을 많이 만나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말씀을 새겨듣겠다”며 경청했지만 원로들의 조언에 구체적인 답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대국민 담화에 이어 다시 한 번 “사이비 종교 관련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점도 강조했다.

 종교계 일각에선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원로들만 초청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개신교 목사는 “박 대통령이 자신과 반대되는 성향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하는데 아직도 폭이 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여론 수렴’ 행보를 이어가며 추가 해법을 내놓지 않는 사이에 정국 수습 방안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 헌정 중단 사태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의 탄핵이나 하야 목소리에 대한 반응이다. 이어 “총리에게 현행법에서 수행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주겠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책임총리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외치를, 총리가 내치를 맡는 모델에 대해 이 관계자는 “개헌이 안 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모든 것에서 물러나 일하는 그런 상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2선 후퇴라는 게 법에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업무 수행 과정에서 총리가 실질 권한을 갖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는 없다는 취지다.

 야당은 청와대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전날 “책임총리제 비슷하게 해서 재가를 본인이 계속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거국내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등 야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내치는 물론이고 외치에서도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서정보 기자
#박근혜#최순실#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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