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보수든 진보든 열린 자세 가져야 발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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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정국, 원로에게 길을 묻다/정국 해법 지혜 모으자]
“지금은 법치사회로 가는 과정… 힘이 지배하는 사회 회귀 막아야”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최근 시국과 관련한 현안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장기적 비전에 대해서도 많은 화두를 던졌다.

 그는 대통령이 총리에게 권한을 이양한다는 전제 조건 아래서 청와대 조직을 지금보다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큰 방향을 제시하는 곳이 돼야 하고, 청와대 조직은 연구 중심으로 바꿔야 합니다. 예를 들어 ‘창조경제’라는 콘셉트를 제시한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게 아니라 정부기관과 기업이 어떻게 할 것인지 맡기는 거죠.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 정권이 바뀌는 순간 그 일은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 예는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는 현재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으로 ‘윤리관’ 정립을 꼽았다. 그는 이승만∼노태우 대통령 시기를 ‘힘이 지배하는 사회’로,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부터 지금까지를 법치 사회로 가는 과정으로 분류했다.

 “아직도 힘이 지배하는 사회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세죠. 그래서 사회 갈등도 심각한 것입니다. 당분간 법치 사회의 정착이 관건입니다. 하지만 법치만으론 안 됩니다. 법치를 넘어서 사회 구성원의 합의에 의한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법보단 양심과 휴머니즘이 살아있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사회를 의미합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 보수-진보의 대결 때문에 빚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파와 상관없이 ‘열려 있느냐, 닫혀 있느냐’와 관련 있다고 했다.

  “보수든 진보든 다양한 이해관계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고 있느냐, 아니면 자기 이해만 앞세우는 닫힌 자세를 갖고 있느냐를 우선 살펴야 합니다. 열린 보수, 열린 진보가 되지 않으면 열린 사회, 다원 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

 그는 경제가 어렵다며 너 나 할 것 없이 경제 살리기를 외쳐대지만 ‘이것 하나’부터 고치면 당분간 경제 살리기를 외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랏돈을 자기 돈처럼 아끼는 겁니다. 당연히 공무원에게 필요한 자세입니다만 그 혜택을 보려는 민간인도 해당되는 거죠. 그 돈만 아껴도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사태도 결국 권력을 이용해 나랏돈을 빼내 펑펑 써댔기 때문에 벌어진 일 아닙니까.”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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