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朴대통령 심리상태 “의지했던 측근들 사라져 충격 클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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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고민 깊은 청와대]
“배신 트라우마에 소수 측근 의존… 성향 갑자기 바뀔 가능성은 낮아”

 심리 전문가들은 1일 박근혜 대통령이 큰 충격을 받아 사안을 판단하기도 쉽지 않은 심리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극소수의 측근에게 의사결정을 의지하는 성향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명, 심리학과 교수 2명, 문화평론가 1명과 함께 박 대통령의 현재 심리를 짚어봤다.

○ “판단조차 어려운 상태일 것”

 전문가 대다수는 박 대통령이 현재 자신을 둘러싼 체계가 송두리째 부정당한 상황에 처해 불안정한 상태일 것으로 분석했다.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대통령이 차례로 숨진 트라우마가 ‘주변인의 배신’을 극도로 경계하는 성향으로 자리 잡았고 최태민, 최순실 씨 부녀와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 등 극소수의 측근에게 의사결정 과정을 의지해 왔기 때문이다. 사람의 두뇌는 주변의 현상을 어떤 논리로든 납득해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박 대통령은 익숙했던 인간관계가 전부 무너진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판단력이 크게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을 시인하는 기자회견에서 평소와 달리 눈시울이 붉어지고 손이 떨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을 근거로 들었다.

 예견된 사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권 초기에 청와대 측 인사가 ‘박 대통령에게 심리상담이 필요하다’며 간접적으로 진료를 의뢰하려다 포기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 현상”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하나둘씩 사실로 드러나자 정신분석 전문가 사이에선 박 대통령이 최 씨와 지나치게 의존적인 관계를 유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의들은 의존 성향을 보이는 사람은 주로 △어린 시절 부모와 제대로 된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함 △어떤 옷을 입을지 등 사소한 판단도 타인에게 의존 △의존 상대가 사라지면 또 다른 상대를 찾음 △의존 대상은 보통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침해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의존성 인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우유부단하고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높은 직위에 오르려 하지 않는 게 보통이라는 설명이다.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단호한 어조와 강한 눈빛을 보여 왔는데, 이는 의존성 인격장애 환자와의 가장 큰 차이”라며 “특정 성향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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