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확실성에 투자 위축… 증시-실물로 번지는 ‘최순실 리스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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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휘청거리는 경제]코스피 어제 장중 2000선 무너져
수출-물가 등 경제지표도 불안… 10월 수출 작년보다 3.2% 줄어
유일호 “대통령 대면보고 한달 넘어… 최근 일정 잡혔다가 최순실 파문에 연기”

 경기 침체와 기업 실적 악화 속에서 ‘최순실 게이트’라는 대형 악재까지 터지면서 코스피가 장중 한때 2,000 선 밑으로 내려가는 등 금융시장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미국 대선과 금리 인상 등 미국발(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수출과 물가 등 실물경제를 반영한 각종 경제 지표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달 25일 최 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쏟아지기 시작한 뒤부터 이날까지 1.46% 하락했다. 이날도 장중 2,000 선이 무너지고 1,990까지 밀리다가 전날보다 0.04%(0.80포인트) 하락한 2,007.39로 거래를 마쳤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순실 사태’로 위축된 투자 심리가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선 실세’ 의혹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관련자들이 구속되는 정치적 혼란의 출구가 보이지 않자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선까지 1년 넘게 정치적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외국인투자가의 이탈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외국인투자가 순매수 규모는 9월(1조1042억 원)보다 약 61% 줄어든 4297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확률이 상승하면 외국인투자가들이 혼란에 대비해 국내 시장에서 자금을 빼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물경제 위축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수출액(통관 기준)은 419억 달러(약 48조185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현대·기아자동차 파업과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단종 영향으로 두 달째 수출이 감소했다.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 여파까지 반영되면 연말까지 수출의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의 후폭풍으로 9월 서비스수지 적자는 5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서비스수지 적자는 8월 14억5000만 달러에서 9월 25억4000만 달러로 늘었다. 2010년 12월(―26억5000만 달러)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대 규모 적자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만만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장바구니 물가지수’로 불리는 10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 상승해 2014년 7월(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컸다. 전체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3% 상승해 9월(1.2%)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투자시장과 실물경제 상황을 관리할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시장에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대통령 대면 보고를 한 지 한 달이 넘었다”며 “최근 예정된 보고는 최순실 사태 때문에 연기됐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 위기에 경제 시스템이 작동을 멈추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건혁 gun@donga.com / 세종=박민우 / 정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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