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난 심부름꾼’ 주장… 朴대통령 조사 여론 거세질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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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檢수사 가속도]‘미르-K스포츠 모금’ 실체 드러나나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대기업 재원 모금은 박근혜 대통령 지시를 받아서 한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주변에 밝힘에 따라 그가 2일 검찰에 출석해서도 이런 진술을 유지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안 전 수석, 형사책임 줄이려 책임 떠넘기기?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 원과 ‘부정한 청탁’의 유무나 ‘자금의 대가성’을 어떻게 연결할지, 재단에 직책이 없는 최순실 씨(60·긴급체포)에 대해 법적 책임을 어떻게 규정할지 검토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외에도 최 씨가 실소유한 더블루케이가 올해 3월부터 5월 사이 SK그룹에 80억 원, 롯데그룹에 70억 원을 추가로 요구한 사실과 관련해 검찰은 대기업 관계자로부터 “뒤에 청와대가 있는 것 같았다. 산적한 기업 현안과 맞물려 부담을 느끼고 돈을 줬다가 돌려받았다”는 진술까지 확보했다. 지난해와 올해 SK와 롯데그룹은 회장 특별사면이나 국세청 세무조사, 검찰 수사 때문에 대관(對官) 수요가 많았다.

 법조계에서는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청와대에 자신을 보호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분석한다. 안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재원 모금을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진술을 검찰에서 한다면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라”는 여론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안 전 수석과 최 씨는 각각 ‘서로 모른다’고 주장해 최 씨와 안 전 수석 사이에 박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2월 기업인들의 문화 체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부탁드린 바 있다”고 발언했다.

 현행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 조항의 해석을 놓고 ‘수사 자체를 금지한 것’이라는 해석과 ‘기소는 하지 않더라도 조사나 수사는 가능하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소추는 불가능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 딱 걸린 최순실의 허위 용역과 공금 횡령

 검찰이 최순실 씨를 긴급체포한 배경에는 횡령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루케이 등을 광범위하게 자금 추적한 결과 공익 목적으로 대기업들이 자금을 출연해 설립한 K스포츠재단 자금 일부를 최 씨가 개인 회사로 빼돌린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최 씨는 ‘허위 용역’의 수법으로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특정 기업에 돈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비자금 등을 조성하기 위해 기업들이 주로 악용하는 수법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집중 수사를 받았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서도 계열사 간 컨설팅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전례가 있었다. K스포츠재단 관계자가 밝힌 최 씨의 허위 용역 규모는 더블루케이와의 용역 계약 2, 3건만으로 8억여 원에 이른다. 그동안 최 씨는 “공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일이 없다”며 발뺌해 왔지만 검찰 수사로 횡령 혐의가 드러나게 됐다.

 한편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7)이 “이번 주 귀국은 힘들다”고 검찰에 알린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최 씨의 비호 아래 현 정부에서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한 것으로 지목된 차 씨는 국내의 검찰 출신 변호사를 이미 접촉하면서 귀국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가 검찰에 소환되자마자 긴급체포된 모습을 보고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전략이다.

 차 씨는 최 씨의 범죄 혐의 구성에 중요한 연결고리다. 그는 비선 실세 측근이라는 힘을 바탕으로 문화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각종 이권을 따낸 정황이 짙다. 최 씨가 검찰 조사에서 기존에 나온 의혹들에 대해 부인하는 가운데 최 씨의 대리인 역할을 한 차 씨의 진술은 최 씨 혐의 입증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차 씨 관련 의혹은 크게 △정부 및 대기업 광고 수주 개입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업 개입 △인사 개입 △광고회사 강탈 시도 등이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차 씨가 직간접으로 연관된 업체 3곳과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며 차 씨를 압박하고 있다.

장관석 jks@donga.com·김동혁·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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